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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이거 해결해 줄 대선후보 없나요?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살며생각하며]이거 해결해 줄 대선후보 없나요? 이채훈 클래식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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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의 '흙밥' 기획기사에 할 말을 잊었다. 젊은이들이 굶고 있다. 밥 한 숟가락에 굵은소금 한 개씩 얹어 먹고, 물에 카레가루 풀어서 끓여 마시고, 라면 수프와 고시텔 밥으로 며칠째 연명하는 취업준비생…. 'ㅋㅋ'와 '^^;'와 'ㅠㅠ'가 뒤섞인 숱한 댓글은 이 '흙밥'이 특수한 개인의 경험이 아님을 보여준다.


고비용 대학 교육, 길어진 취업 준비, 팍팍한 아르바이트와 주거 환경 등 악조건 속에서 젊은이들은 밥 먹는데 필요한 돈과 시간과 마음의 여유, 이른바 '식사권'을 빼앗겼다. 부모에게 손 내밀 염치가 없으니 식사비부터 줄인다. 점심때 중국집 가고 저녁때 삼겹살 구워먹는 소박한 행복은 '정규직 취업'이 돼야 이뤄질 텐데, 밤하늘의 별만큼 요원한 꿈이니 젊은이들은 우울하다.

이 참담한 시대에 중늙은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취업 준비로 전전긍긍하고 있을 아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잘 지내? 밥은 먹고 다녀?" 지독한 슬럼프를 겪고 있단다. 남들처럼 회계사나 7급 공무원을 해야 하나 고민된단다. 해 줄 말이 없다. 벌써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니 얼마나 진이 빠질까. "쉬엄쉬엄 해…. 곧 보자." 아비가 인문학 설교를 하면 재미있다는 듯 맞장구치며 들어주던 녀석이지만, 정작 아비는 얘기하다가 멋쩍어서 말을 멈추기 일쑤였다. "빌어먹을, 인문학이 밥 먹여주나…."


[살며생각하며]이거 해결해 줄 대선후보 없나요?

5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표심 잡기에 바쁘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지만, 후보들은 한결같이 영남 표 당겨오고 호남표 지키려고 눈치만 본다. 그 누구도 굶어서는 안 되겠지만, 특히 젊은이들이 충분히 못 먹고 시들어 가는 건 나라가 망할 징조다. 노인들이야 배고프면 거리 급식으로 연명할 수도 있지만, 젊은이들은 자존심 때문에 그마저 어려울 것이다. 통탄할 일은, 대선 주자들 중 젊은이의 '식사권'을 보장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단언컨대, 이 공약을 내거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그게 설사 홍준표라 해도 소중한 내 한 표를 드리겠다.

'시사인'의 통계를 보니, 아침을 거르는 사람은 50대 이상 연령에서는 10% 정도지만 20대는 무려 절반이다. 과일 ㆍ 채소를 하루 500칼로리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50대는 절반이 넘지만 20대는 25%로 가장 낮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소식(素食)해야 할 노인들보다 못 먹는다니, 이상한 일 아닌가? 기사에 인용된 '2015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아파도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은 노인보다 젊은이가 훨씬 더 많다. 바뻐서 시간이 없고, 취직을 못 해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젊은이는 사실상 '건강 취약계층'이 됐다. 취업 전선의 스트레스 속에 부실하게 먹고 자면서 병원에서 건강 체크할 여유마저 잃어버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1832년 6월 봉기, 바리케이드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진압군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큰 부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보며 장발장은 '그를 집에 데려 주소서'(Bring Him Home)를 노래한다. 이 젊은이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한다.


그는 젊고,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신께서 제게 아들을 주셨다면, 저런 아들이었을 겁니다. 해마다 여름은 가고 시간은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이제 저는 늙었고 곧 떠나게 되겠지요. 그는 아직 젊습니다, 아직 소년일 뿐입니다. 당신은 목숨을 주시기도 하고, 거둬 가시기도 하지요. 제가 죽어야한다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그를 살게 하소서, 그를 집에 데려 주소서.


총에 맞아 피흘리며 쓰러진 '레미제라블'의 학생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지쳐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 비슷하지 않는가?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하수도를 통해 탈출하여 결국 이 젊은이를 살려낸다. 장발장처럼 젊은이를 살리기 위해 간절히 기도할 수 있는 노인은 이 땅에 몇 명이나 될까?


이채훈 클래식 비평가(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전 MBC PD)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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