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호수의 숙녀들(The Ladies of The Lake)'.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첫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은 챔프가 격전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 다이나쇼어코스(파72ㆍ6769야드) 18번홀(파5)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드는 독특한 우승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에이미 앨코트(미국)가 1988년 시작해 지금은 아예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박인비(29ㆍKB금융그룹) 역시 2013년 우승 직후 남편 남기협(33)씨와 함께 입수해 기쁨을 나눴다.
1972년 '콜게이트-다이나 쇼어 위너스 서클'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무대다. 1982년부터 나비스코가 스폰서를 맡아 '나비스코 다이나쇼어인비테이셔널', '나비스코 다이나쇼어', '나비스코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등으로 이름을 바꿨고, 2015년에는 일본 항공사가 새로 스폰서로 등장해 현재 대회 명이 붙었다. 1983년 메이저로 승격됐다.
코스는 변함이 없다. 선수들에게는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같은 친숙한 이미지가 있다. 코스 공략은 그러나 메이저코스답게 만만치 않다. 14개의 클럽이 모두 필요하다는, 이른바 변별력이 우수한 토너먼트코스다. 화두는 '장타(長打)'다. 최근 5년간 무려 100야드가 길어졌다. 일각에서 "미국의 장타자들을 위한 코스 조성"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소문난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이 2014년 정상에 올랐고,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은 2015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의 연장혈투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마지막 승부처 18번홀은 특히 '2온'이 가능해 장타자의 '한 방'이 먹힐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정타(正打)'를 가미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미 허리' 페어웨이를 지키고, 워터해저드를 피하기 위해서다
첫 홀인 1번홀(파4ㆍ377야드)부터 가시밭길이다. 3개의 벙커가 엄호하고 있는 그린에 안착해도 핀 포지션에 따라 버디 사냥이 쉽지 않다. 아이언 샷부터 오르막 퍼팅을 남길 지점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3번홀(파4)이 전반에 가장 어렵다는 '요주의홀'이다. 420야드의 긴 전장에 IP 지점이 좁다. 5번홀(파3ㆍ182야드)에서 '물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워터해저드를 넘겨야 하고 그린 뒤쪽에 호수가 있어 착시현상까지 일으킨다.
후반 9~11번홀은 '나무와의 전쟁'이다. 9번홀(파5)은 더욱이 왼쪽으로 90도 가까이 꺾어지는 도그레그홀 형태다. 티 샷이 중요하고, 그린의 미세한 굴곡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 14~16번홀이 승부처다. 14번홀(파3ㆍ148야드)은 짧지만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바람이 고민이다. 워터해저드를 건너는 동시에 벙커를 피해야 한다. 15번홀(파4ㆍ387야드)은 계단식 그린이 기다리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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