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C시리즈 델매치플레이서 격돌, 한국은 왕정훈과 안병훈, 김경태, 김시우 출격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우승까지 7개 매치."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3위 제이슨 데이(호주) 등 '빅 3'가 이번에는 1대1 매치로 격돌한다. 22일 밤(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골프장(파71ㆍ7108야드)에서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델테크놀러지스매치플레이(총상금 975만 달러)다. 축구의 월드컵처럼 16개 조로 나눠 조별 예선을 펼친다는 게 이색적이다. 각 조 1위가 16강전에 진출해 다시 녹다운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일단 존슨의 3연승 도전이 화두다. 지난달 제네시스오픈 우승으로 '넘버 1'에 등극한 뒤 이달 초 WGC시리즈 멕시코챔피언십에서 2승째를 수확해 '新골프황제'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는 시점이다. 2주간 달콤한 휴식을 취하면서 2013년 타이거 우즈(미국ㆍ캐딜락챔피언십-브리지스톤) 이후 4년 만에 WGC시리즈 연속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상 '태풍의 눈'이다. 지난해 6월 두번째 메이저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낸 게 출발점이다. 7월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 이어 '플레이오프(PO) 3차전' BMW챔피언십 등 특급매치에서만 3승을 쓸어 담아 2015/2016시즌 PGA투어 상금왕과 공동 다승왕, 평균타수 1위(69.17타) 등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했다. 올해 역시 일찌감치 2승 고지를 접수해 신바람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평균 316.2야드의 장타(1위)가 위협적이다. 1대1 매치에서는 특히 분위기를 주도하는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존슨은 더욱이 그린적중률 75.25%(2위)의 '송곳 아이언 샷'을 장착했다. 평균 1.76개의 퍼팅(80위)이 유일한 약점이다. 지난해 8강전에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에게 일격을 얻어 맞아 4강전 진출에 실패한 '설욕전'이라는 동기부여를 더했다.
매킬로이는 2015년 우승자다. 당시 일몰로 순연된 폴 케이시(잉글랜드)와의 8강전 잔여 경기부터 짐 퓨릭(미국)과 4강전, 우드랜드와 결승전을 하루에 모두 소화해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복싱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MGM 그랜드호텔의 1만 달러짜리 링사이드 좌석을 예매했다가 날린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데이가 바로 디펜딩챔프다. 지난해 4강전에서 매킬로이를 1홀 차로 이겼고, 결승전에서는 존슨을 격침시킨 우스트히즌을 5홀 차로 대파했다. 2014년 빅토르 뒤비송(프랑스)과 23번째 홀까지 가는 연장혈투 끝에 정상에 올라 매 대회 우승 진군을 전개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등 부상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톱 10' 진입이 한 차례에 그치는 등 아직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빅 3'에게는 주최 측이 2015년부터 조별 리그를 도입했다는 게 오히려 반갑다. 매치의 특성상 월드스타의 초반 탈락이라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흥행이 적신호가 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6개 조에 배정된 4명의 선수가 3일 동안 서로 다른 3명의 선수와 3경기를 치른다. 핵심은 1경기를 패해도 2승1패로 조 1위에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대목이다.
변수는 5일간의 마라톤 플레이다. 그것도 4일 차 16강전과 8강전, 최종 5일 차는 4강전과 결승전 등 총 7승을 거둬야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스트히즌과 조던 스피스, 패트릭 리드, 매트 쿠차(이상 미국) 등 유독 매치에 강한 선수들을 '복병'으로 지목했다. 한국은 왕정훈(22)과 안병훈(26ㆍCJ대한통운), 김경태(31ㆍ신한금융그룹), 김시우(22ㆍCJ대한통운)가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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