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클로컬라이제이션' 성장 로드맵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과거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해야합니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신임 사장은 지난 17일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가 또 강조한 것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ㆍ현지화+세계화)' 추진이다. '디지털'과 '글로벌 전략' 부문 전문가답게 포문을 연 것이다.
김 사장은 경북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신한은행 인사부장, 가치혁신본부 본부장, 기업그룹담당 부행장,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맡았다.
30년 넘게 금융업계에 종사하면서 김 사장은 특히 디지털 부문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취임식에서도 그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이라는 파도가 업의 경계를 해체하고 있다"며 "디지털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증권업의 영역을 확장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 리스크 관리를 포함한 업무 전반에 걸친 디지털 혁신으로 금융투자업이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의 형태로 제공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급변하고 있는 증권업의 디지털 환경에 적절한 전략을 세울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임 사장은 그룹에서 디지털ㆍ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며 은행업무와 증권업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점포인 '창조금융플라자'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장본인"이라며 "복합금융점포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시점에 CEO로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 업계 최초 금융복합점포를 시도하며 차별화에 나선 결과 현재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WM센터 27개, PWM라운지 17개와 중견ㆍ중소기업에 IB(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조금융플라자 14개를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김 사장은 신한금융투자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그룹에서 글로벌 전략을 총괄할 당시 두 법인의 진출에도 관여한 바 있다. 김 사장은 "국내 시장은 이미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현지법인이 글로벌 진출의 첨병이 되어 상품 소싱과 IB영업 등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국가별 상황에 맞는 특화 사업 모델과 성장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2016년 신한금융투자의 비상임이사로 역임하면서 경영계획과 신사업 전략 등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온 덕분에 금융투자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김 사장은 특히 지난해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지주 측의 반대로 미뤄져온 신한금융투자의 유상증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5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최소 자기자본 기준(3조원) 요건을 갖췄다.
지난해 악화된 실적은 신임 사장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8% 감소한 1438억원, 당기순이익은 46.4% 감소한 115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증시 활황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절반 가까이 수익이 줄었다.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김 사장에 대한 회사 안팎의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