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78개사 '슈퍼 주총 데이'
최순실 사태 연루 기업 반대표 요구 외면
권력 사금고 전락 국민비판 거세질듯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권성회 기자] 국민연금이 올해도 사실상 '주총 거수기'를 자처한걸까.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주요 상장사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등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국민연금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기업들은 최순실 사태 등에 연루된 기업으로 시민단체 등은 국민연금이 오너가의 사내이사 선임 등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정치·경제 권력의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열린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반대 등 적극적 의견 개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별다른 잡음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8.02%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서 별다른 의견을 내지않고 의결을 승인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제시 결과는 2주 내 공시를 통해 밝힌다는 입장이다.
이날 열린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의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별 다른 의견 개진 없이 넘어간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27조에 따르면 '주주 가치를 훼손한 이력을 지닌 인사는 사내이사로 선임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나머지 주총에서도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총 8646번의 의결권 행사에서 7776회의 찬성(89.9%), 844회의 반대(9.76%), 26회의 중립(0.3%) 의견을 냈다. 기업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하면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시행된 기관투자가에 대한 행동원칙을 규정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도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와 매월 일정 소득을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의 요구는 이와 사뭇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총의 절반(약 684조원)에 육박하고 이들 기업에 약 50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지적하고 감시하며, 적극적으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회사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기업에 대한 견제장치와 사외이사 제도를 본질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결권 전문기관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한국의 사외이사 제도는 사내이사들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탄생했는데, 일부 기업들은 CEO나 총수 일가의 인맥을 활용해 사외이사가 선임된다"며 "이러한 사외이사 제도의 본질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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