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4월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인형의 집', '페르귄트' 등 산문극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왕위 주장자들'이 154년 만에 국내 초연된다. 서울시극단은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왕위 주장자들'을 공연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53)은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지난 2015년 서울시극단장에 취임할 때부터 이 작품을 하겠다고 밝혔었다"면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극 내용이) 우리 시대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대선과 맞물려 의도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연의 일치"라면서 "왕위나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보다도 세 주인공의 내면 심리상태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 연출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입센이 1863년에 쓴 '왕위 주장자들'은 치열한 왕권 다툼 과정을 그린 5막 대작이다. 13세기 노르웨이가 배경이지만 역사적 맥락보다는 인간 심리의 변화와 방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정교한 심리묘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받는다.
이 작품을 번역한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는 "'왕위 주장자들'은 인간의 권력욕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권력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의심과 확신을 오고 가는 인물의 심리적인 측면도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센은 흔히 사회문제극 작가로 여겨지지만 역사극도 썼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역사극이면서도 입센의 심리극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극은 세 사람의 권력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스베레왕 서거 후 자기의 소명을 확실히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감으로 표출하는 호콘왕과 6년간 섭정을 통해 왕국이 자기의 것이라 믿는 스쿨레 백작 사이에 왕위 다툼이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에 스쿨레 백작의 욕망과 의심을 더욱 부추기는 니콜라스 주교가 등장해 이들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치열한 왕권 다툼 속에서 호콘왕은 스쿨레 백작의 딸 마르그레테를 왕비로 선택한다. 반면 욕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스쿨레가 호콘의 아들이자 자신의 외손자를 죽이려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각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46)은 "지금까지 본 입센 작품과 달리 작품을 끌어가는 사건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과 갈등, 욕망의 충돌에서 파생돼 현대극의 요소가 많다"면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한국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스쿨레 백작은 올해 새롭게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으로 합류한 배우 유성주가 열연한다. 호콘왕과 스쿨레백작 사이를 오가며 둘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인물인 니콜라스 주교는 베테랑 배우 유연수가, 자신의 소명을 확신하며 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호콘 왕은 김주헌이 맡았다. 이외에 이창직, 강신구, 최나라, 이지연 등 서울시극단 정단원들과 연수단원, 김 현, 문호진 등 실력파 배우 총 23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한편 20주년 기념 공연에 앞서 '왕위 주장자들' 미리보기 낭독회와 할인 이벤트도 벌인다.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에서 노르웨이 대사관과 함께하는 낭독회를 가진다.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프리뷰 공연 기간인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극단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좋아요'를 누른 관객에게 정가 5만원인 R석 티켓은 2만원에, S석과 A석은 1만원에 할인 판매한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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