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창과 방패' 주역…뜨거웠던 92일 법리논쟁

국회 소추위원 측 권성동, 황정근 흐름 주도…대통령 대리인단 측 이동흡·이중환 변호사도 눈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법리'를 바탕으로 창과 방패가 정면충돌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92일간 진행된 탄핵심판이 10일 마무리되면서 국회 소추인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의 면면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회 소추위원 중에서는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57·사법연수원 17기)이 탄핵심판 선봉장 역할을 담당했다. 권 위원장은 현재 바른정당 소속이지만,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과거 여당에서 박근혜 정부 탄생에 힘을 보탰던 권 위원장이 국회 소추위원을 이끌게 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권 위원장은 2006년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끝으로 15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잠시 변호사로 활동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과 맞물려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다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재보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고,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권 위원장은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탄핵심판을 이끌었지만, 초기에는 그를 둘러싼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그가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작업에 얼마나 힘을 쏟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탄핵심판 변론이 이어지면서 권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야당 쪽에서도 권 위원장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거두는 모습이었다. 권 위원장은 검사 생활에서 터득한 날카로운 질문 실력을 선보였고, 탄핵심판의 전체 흐름을 주도했다.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권 위원장이 눈시울을 붉힌 장면도 여론의 시선을 모았다.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을 이끌었던 황정근 변호사(56·연수원 15기)의 역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황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판사 출신 법조인이다. 황 변호사는 15년간 법원에서 판사 역할을 담당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이어갔다.

특히 황 변호사는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 전술' 우려가 나올 때마다 신속한 진행을 강조하며 원활한 심리를 독려했다. 황 변호사는 선거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법조인이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 사유를 17개 쟁점으로 분류하고, 왜 탄핵이 필요한지에 대한 법리적 논리로 헌법재판관들을 설득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여론 흐름이 불리한 상황에서 탄핵 기각을 이끌고자 힘을 쏟았다. 이중환 변호사(58·연수원 15기)는 대리인단의 공보활동을 담당하면서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탄핵심판의 쟁점 중 하나였던 헌법재판소 결정 시기를 놓고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 변호사가 '중대결심'을 언급할 때만 해도 탄핵심판이 순탄하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66·사법연수원 5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변호사는 2월13일 뒤늦게 합류했지만, 헌법재판관 출신다운 진중하면서도 논리적인 대응으로 시선을 모았다. 헌법재판소의 메커니즘을 잘 아는 인물이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합류하면서 양측의 법리 논쟁이 더욱 뜨거워진 측면도 있다.

특히 이 변호사는 대통령 대리인단에 참여했던 일부 변호사들의 과격한 언행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이번 탄핵심판의 품격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탄핵심판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며 92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일부 대리인이 헌법재판관을 향해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