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0달러선 붕괴 초읽기…바람빠진 감산 효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넘게 하락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늘고 있어서인데 시장에서는 50달러선이 곧 무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4% 내린 50.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12월15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4.81% 떨어진 53.23달러로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공급 증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7거래일 중 5거래일에서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일로 끝난 주간의 자국 원유재고가 820만배럴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9주 연속 재고가 증가한 것이며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200만배럴을 무려 4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작년 11월말 단행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는데다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것도 유가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전날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회의에서도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은 감산 합의에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감산이 경쟁 산유국의 투자환경을 조성해주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이익을 내기 위해 증산하는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제한적 기간 동안에만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OPEC 내 2위 생산국인 알리 알-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하반기 증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감산 합의에 따라 오는 4월까지 하루 30만배럴의 생산을 줄이기로 한 러시아도 앞으로 생산량을 조금씩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 약세의 원인이 되는 달러 강세도 부담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2월 민간고용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오면서 달러 가치가 뛰었다. 주요통화 6개국 대비 달러 값을 측정하는 달러지수(DXY)는 5일 연속 오르며 이날 102.16을 기록했다.

예정대로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 상승세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분야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국제유가가 일단 50달러가 무너지면 단숨에 42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