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대상 '안전한 생활' 수업 시작
체험위주 안전교육을 정규과목化… 주 1시간씩 2년간 진행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지난 2월 중순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지만 이모(6)양은 당황하지 않았다. 키우던 강아지만 안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면서 현관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양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며 '불이야'를 연신 외쳤다. 3층까지 내려간 뒤 화재경보기를 누르고, 관리사무소에 화재를 알렸다. 이 같은 빠른 대처로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15분 만에 진화됐고, 이양은 '꼬마 영웅'으로 등극하며 찬사를 받았다. 이양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 '안전한 생활'이 정규 과목으로 진행된다. 이양과 같은 '꼬마 영웅'이 아닌 모든 학생들이 일상생활과 재난 상황에서 위험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안전한 생활'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안전사고가 이어지자 저학년 때부터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 지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편성됐다. 기존에도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했지만 이번처럼 공식 과목으로 선정한 것은 처음이다.
안전한 생활은 초등학교 1·2학년의 '창의적 체험활동'에 해당하는 과목으로, 주당 1시간(2년 간 총 64시간) 수업이 진행된다.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실제 상황에 대처하는 '기초 예비 훈련'에 해당하는 만큼 안전 수칙과 위험 대처 방법을 반복적으로 체험, 몸에 익히고 습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시청각 교육, 소그룹 토의, 게임 및 놀이, 실습, 사례 발표, 인근 보건소·소방서 견학 등 직·간접 체험 중심의 학생 참여형 수업이 실시된다.
한편 교육부는 5세 유치원 누리과정과 연계되는 '안전한 생활' 교과서도 개발했다. 이 교과서는 크게 생활안전, 교통안전, 신변안전, 재난안전 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됐다. 그 외에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실생활 속에서 안전 생활을 익힐 수 있는 '가족과 함께' 코너도 마련됐다.
평가의 경우 단순 지필 시험이 아닌 관찰법, 질문법, 자기 평가, 동료 평가, 수행 평가,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실제 수업 중에 장면이나 상황을 설정해 평가를 진행해 평가를 학습촉진의 계기로 활용한다. 평가 결과는 '줄세우기'식 서열화가 아니라 서술형으로 기록된다.
서울 재동초등학교 이경숙 부장교사는 "어린 나이부터 안전 의식을 체득할 수 있도록 체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인 학기 초인 만큼 교육 사례가 아직 적지만 학기가 진행되며 레퍼런스(참고 사례)가 쌓이면 더욱 내실 있는 안전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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