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여담] 빼앗긴 들에 오는 찬란한 봄

시계아이콘01분 17초 소요

어제(5일)는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벌레들도 깨어나 땅 밖으로 나온다는 경칩이었다. 이 즈음부터 겨울철의 강한 대륙성 고기압 세력이 점차 물어나고 기온도 차츰 올라 봄기운이 든다.


그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는 이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적이 있었나 싶다. 마침 기상청은 오늘부터 꽃샘추위를 예보하고 있지만 봄 같지 않은 봄은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닌 듯하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기다리는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됐다. 국정농단 사태가 부각된 지난 반년동안 멈췄던 국정과 두 동강 난 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9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태극기집회와 대통령 대리인단의 여러 주장은 과거 정치 대립의 레토릭이던 색깔론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헌재의 선고가 다가올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심해지고 있다.

사태의 본질은 민주사회에서 권력자와 막역한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이 맞느냐, 국민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가 국민과의 다양한 소통 채널을 외면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 하는 게 옳으냐다. 하지만 여기에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결국 시비(是非)의 문제가 이념 대립으로 확장된 셈인데 촛불과 맞불 세력이 맞붙은 광화문광장은 꽃샘추위라 하기엔 그야말로 한파 그 자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의 여파가 탄핵 선고이후에도 쉬 물러가지 않을 성 싶다는 데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진작부터 장외전을 펼치며 탄핵 인용시 헌재 불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기는 논리를 따지고 법리를 다투어야 할 헌재 대심판정에서조차 '아스팔트에 피', '내란'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니 집회에서의 그 같은 발언은 어찌보면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헌재의 선고를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기각 결정은 상상하기도 힘들어 하는 분위기다.


탄핵 선고가 어떤 식으로 나든 두 쪽으로 분열된 사회를 어떻게 봉합하느냐는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 지도자들뿐 아니라 이 시대의 국민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이번 사태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올곧은 대한민국을 위해 사회 곳곳의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무엇이 진짜 민주주의이고 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위정자가 지켜야 할 선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또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몰상식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가늠하게 해줬다. 나아가 비정상과 몰상식의 국가권력에 모든 권력의 기반인 국민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또다른 표상이 되었다.


바야흐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있다. 꽃샘추위가 한파로 바뀐다고 해도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빼앗긴 들에 다시 찾아오는 봄은 더 찬란하리라는 점이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