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운영하는 호텔신라·신세계
화장품·항공·롯데그룹株 등 브레이크 없는 하락세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면세점, 여행, 화장품 관련업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먼저 주식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3일 국내 증시에서 중국 소비주 가운데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아모레퍼시픽 등은 7~12%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 주가는 1년간 30% 가까이 빠졌다. 사드 우려를 이미 반영했음에도 최근 중국 정부가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 주가는 다시 급락하는 모습이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 면세점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이슈로 업황은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반등 조짐을 보였던 신세계도 계열사의 악재로 나흘간 10% 가까이 하락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신규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한 현대백화점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때문에 단체여행 중단조치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방문객은 패키지와 개별 여행(FIT) 방문객이 4.5대 5.5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며 "자유여행 상품까지 제한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중국인 방문객의 60%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행주도 일제히 급락했다. SM면세점을 운영하는 하나투어는 5%가량 하락하고 있다.
화장품 업종도 추풍낙엽이다.아모레퍼시픽은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LG생활건강 뿐만 아니라 중저가화장품 기업들도 클리오, 잇츠스킨, 에이블씨엔씨 등도 동반 약세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주가는 1년 만에 각각 30%, 15% 내렸다. 지금까지 주가 하락은 '제재 우려'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에 대한 결과였다. 한국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대해 통관 불허 판정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K-뷰티'에 대해 '대놓고' 제재하겠는 의미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문 닫는' 중소업체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을 보면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 중단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 1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 부지 제공 건으로 롯데그룹주들은 사흘간 조정을 받고 있다. 이기간 롯데쇼핑은 13% 가까이 빠졌고,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관광개발 등은 2~5% 하락했다.
항공주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가도 사드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식품기업 오리온과 농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제과업계 2위인 오리온 역시 사흘간 7%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비업종 주가가 조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로 중국의 여론이 악화될 수 있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인바운드 1720만명 대비 중국인 인바운드는 804만명으로 46.7%를 차지했다. 중국인 중 약 45%가 단제관광객으로 추정돼 이번 이슈로 인한 산술적 피해 노출도는 전체 인바운드 대비 21% 수준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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