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지연진 기자]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요격체계 (사드ㆍTHAAD) 배치가 임박해지고 있지만 중국의 반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8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갖은 양자회담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두 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처음이었지만 사드배치로 인해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면서 "한국이 배치 절차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측이 사드는 북한 위협 때문에 도입하는 것이고, '방어' 임무에만 투입될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중국은 우리 입장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이 사드를 배치할 경우 경제적 보복 수위를 높일 수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복 타겟 1순위는 '롯데'다. 롯데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24개 계열사를 진출시켰다.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만 2만여명이며 한 해 매출만 약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瀋陽)에서도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ㆍ쇼핑몰ㆍ호텔ㆍ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추진 자체가 '올 스톱' 될 수 있다.
여기에 여론까지 악화될 경우 중국내 롯데매출도 타격을 받는다. 우선 다음 달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임박하면서, 자칫 언론과 현지 소비자 단체 등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관영 CCTV(중앙방송)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완후이(晩會)' 등이 나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고, 지난해의 경우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외국산 아동용품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품의 주요 원산지로 태국, 독일, 미국, 터키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됐다.
일단, 롯데그룹은 '사드 함구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롯데가 자발적으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는 모양새를 위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사드 부지를 제공할 경우 몰려온 후폭풍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결정된 이후 중국 측의 압박이 있었던 만큼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아직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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