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태국 방콕 지상철도(BTS) '빅토리 모뉴먼트'역 2번 출구를 벗어나 10분 정도 걸으면 '킹파워 컴플렉스'가 나온다. 태국 최대 면세점 회사 킹파워의 본거지다. 킹파워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레스터시티 구단을 갖고 있다.
건물 안에는 레스터 공격수 제이미 바디(30)의 사진이 곳곳에 있다. 사진 속 바디는 명품 가방과 구두를 들고 뛴다. 그는 태국 광고 방송에서도 인기모델이다. 킹파워는 그의 '빠른 공격수' 이미지를 활용해 고객들이 빠르게 상품을 확인할 수 있고 배송도 된다는 내용으로 마케팅을 했다.
효과는 미미하다. 킹파워 컴플렉스에는 레스터의 유니폼, 모자, 뱃지 등을 파는 코너가 두 개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쁘라낫 무크야이(34)씨는 "처음엔 손님 열 명이 오면 여섯 명이 레스터 유니폼을 입고 돌아갈 정도였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한두 명 올까 말까"라면서 "한 영국인 손님은 '바디가 지금은 빠르지도 않으니 사진 떼라'더라"고 했다.
레스터의 부진이 악영향을 주었다. 지난 시즌 창단 13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했지만 1년 만에 다른 팀이 됐다. 27일 현재 5승6무14패(승점21)로 17위다. 강등권인 18위 헐시티(5승5무15패)와는 불과 1점차. 오는 28일 킹파워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홈경기에서 리버풀에 지면 강등권으로 떨어질 수 있다.
킹파워는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레스터는 시즌을 앞두고 선수 여섯 명을 영입하는 데 6400만 파운드(약 909억 원)를 썼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레스터가 강등되면 지난 1936~1937시즌 1부리그 우승 후 1937~1938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맨체스터시티에 이은 두 번째 불명예팀이 된다.
영국 BBC는 '레스터는 왜 부진한가'는 특집 기사에서 "바디, 리야드 마레즈(26) 등 주축 공격수들이 눈에 띄게 활동량이 줄고 골결정력도 안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레스터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31)은 "라커룸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BBC의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구단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66)을 지난 24일 해임했다. 아이야왓 스리바다나프라바 레스터 부회장(31)은 "또 우승하길 기대하지는 않았다. 목표는 1부리그 잔류였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고 변화가 필요했다"고 했다. 스리바다나프라바 부회장은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하 킹파워 회장(58)의 아들이다.
레스터는 새롭게 남은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거스 히딩크 전 첼시 감독(71), 로이 호치슨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70), 로베르토 만치니 전 인터밀란 감독(53)을 새 사령탑으로 고려하고 있다. 레스터 시의회는 지난 18일 위기에 빠진 레스터에 3000만 파운드(약 426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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