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외교부가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취지의 공문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은 “소녀상 관련 문제는 외교부가 직접 하라”고 반발하고, 정치권에서도 외교부의 저자세 외교를 질타하는 논평을 쏟아 내고 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4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동구에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예양(禮讓·예의를 지키는 공손한 태도)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비공개 공문을 보냈다.
이는 지난해 12월30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진 후부터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월 국회에 출석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애초 소녀상 설치에 대해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던 외교부가 계속해서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형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소녀상이 설치된 이상 동구가 나서서 소녀상을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고 소녀상 문제는 외교부가 스스로 직접 하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는 지난 12월28일 '미래세대가 세우는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운 소녀상을 강제 철거했다가 국민적 비판을 받고 같은 달 30일 소녀상 재설치를 승인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경선 캠프 대변인 박수현 전 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의 정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한 한일 위안부합의 이면에 어떤 합의까지 있었길래 이렇게 굴욕적 조치를 해야만 했는지 국민은 의아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상무위원회에서 "불과 70여 년 전까지 강제점령을 당하며 소녀들을 전쟁터에 위안부로 보내야 했던 역사는 까마득히 잊은, 한마디로 넋이 나간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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