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조직 틀 깨는 가장 빠른 방법…상사와 업무 선택하는 잡페어 열기도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KEB하나은행은 은행내에서 크리스, 엠마 등 영어 이름을 부르는 실험을 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18살이 돼서야 전기가 들어온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나고 자라고, 35년간의 은행원 생활도 대부분 서울 본점과 거리가 먼 충청지역에서 보냈다. 함 행장은 해외 근무 경험이 전무한 토종 행장이다. 그런 그가 영어 이름 부르기 실험에 나선 것은 100년 넘게 이어온 은행업의 관행을 깨기 위함이다.
이번 실험은 함 행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경영방침과 일맥상통한다. 함 행장은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경쟁 시대를 예고했다. 혁신이 없으면, 관행에 안주하면 도태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영어 이름 사용은 그 일환이다. 은행은 '수직적 조직'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KEB하나은행은 '수평적 조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호칭 혁파라고 봤다. 이에 미래금융그룹 등 일부 부서에서 실험적으로 영어 이름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함 행장은 지난달 미래금융그룹 직원들이 자유롭게 상사와 업무를 선택하는 잡페어(Job Fair)를 열기도 했다. 관리자급이 자신과 함께 일할 직원 유치를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관리자가 힘께 일할 직원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선택받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올 초에는 일부부서에 프로젝트 중심의 셀 조직을 도입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직급과 상관없이 아이디어와 능력만 있다면 책임과 권한이 부여된다.
함 행장의 파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은행권 최초로 퇴직지점장 4명을 현업에 복귀시켰다. 성과가 우수한 지점장이 단지 나이 때문에 은퇴를 결정하는 것은 안타까울 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손해라는 이유다. 또 이들에게는 성과급 비율은 기존 15%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함 행장의 방(집무실) 앞에는 명패 대신 '섬김과 배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함 행장이 자신의 영어 이름을 어떻게 작명할 지 궁금한 이유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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