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공격본능 '삼성과 경기서 개인 최다 33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25)은 팀의 기둥이다. 2014~2015시즌 신인상을 받았고 2015~2016시즌 오리온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두목'이라고 불릴 만큼 동료와 팬들의 믿음이 크다.
오리온에서 가장 화려하게 부각되는 선수는 애런 헤인즈(36)다. 헤인즈는 올 시즌에도 평균 득점 3위(25.5점)에 오르며 오리온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헤인즈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이승현이 있기 때문이다. 이승현의 수비가 외국인 선수를 일대일로 막아낼 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헤인즈가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
현주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2)은 "국내 선수 중 외국인 선수를 일대일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이승현 외에 많지 않다"고 했다. 헤인즈와 이승현은 올 시즌 차례로 다치면서 경기를 빠진 적이 있다. 현 해설위원은 "오리온은 헤인즈가 빠졌을 때보다 이승현이 빠졌을 때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오리온은 이승현이 빠진 여섯 경기에서 3승3패, 헤인즈가 빠진 열두 경기에서 7승5패를 기록했다.
이승현은 올 시즌 평균 10.7득점, 6.7리바운드 2.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리그 40위, 리바운드는 21위, 도움 41위다. 숫자로 드러난 이승현의 기록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공격보다는 수비, 개인기록보다는 팀공헌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승현은 모비스 양동근(36)처럼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하지만 그 이승현이 지난 15일 폭발했다.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33점을 넣었다.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 오리온은 96-90으로 이겼다. 이승현은 이 경기를 통해 공격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순도도 높았다. 이승현은 2점슛 열네 개를 시도해 열두 개, 3점슛 네 개를 시도해 세 개를 성공시켰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54)은 "이승현이 진가를 발휘했다"고 했다.
이승현은 33점을 쏟아부은 경기에서도 수비를 우선 생각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삼성 센터진이 워낙 강해 수비를 먼저 생각했는데 공격에서 기회가 많이 났다. 기회가 나서 자신있게 슛을 쏘았고 운 좋게 들어갔다"고 했다.
이승현이 있기에 오리온은 우승을 꿈꾼다. 오리온은 15일 승리 덕분에 선두 삼성과 승차를 한 경기로 줄였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 14년만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2002~2003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추 감독은 "이승현이 부상 후유증 때문에 그동안 조금 부진했는데 삼성전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집중해서 다시 1위 자리를 노리겠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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