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권 출범 한달만에 불거진 혼란과 각종 악재에 대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하지만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와 언론에 대한 분풀이만을 늘어놓으면서 사상 최악의 지지율로 떨어진 트럼프 정부의 위기론을 오히려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이날 단단히 작심하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75분간이나 가졌다.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고, 취재진에 대한 거친 인신공격적 언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형 악재로 부상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낙마와 러시아와 연계설에 대해서도 강공 일변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어떤 잘못된 일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가 러시아 제재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면 내가 오히려 지시를 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러시아 고위 정보관계자와 접촉을 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러시아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갖기를 바란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과 행정부 안팎의 원만한 업무 추진에 문제가 생기고 있고 측근들 사이에 알력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는 "지금 우리 행정부는 잘 튜닝(조율)된 기계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우리는 (전임 정부로부터) 국내외 일들을 아주 엉망인 상태로 물려받았다"고 거듭 말했다. 최근의 국정 혼란을 버락 오바마 전 정부 탓으로 돌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측근과 러시아 연계설을 보도한 매체들을 직접 거론하며 "정보가 유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뉴스는 모두 가짜"라고 공격했다. CNN에 대해서도 "정말(very)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흑인 여기자가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하기 위해 흑인 의원들도 참여시킬 계획이 있는 지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그들과 친구냐, 그들과 모임을 주선하고 싶은 거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CNN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시종일관 불만을 쏟아냈다"면서 "그는 보수 언론조차 비판한 점들도 모두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지지도가 39%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 직후 2월 국정 지지도중 최저 수준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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