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보도 직후 "사과받아야" 격앙…공식 항의로 그쳐
특검 "우리가 유출 안했다. 해명할 것"
朴측 "특검 반응과 일정은 별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은 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한 방송사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확정보도하자 "특검이 흘렸다. 더 이상 아무 일 없다는 듯 진행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하루 만에 대응 수위가 낮아진 모습이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법률대리인단을 중심으로 다시 일정협의에 돌입할 계획"이라면서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도 특검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아예 받지 않을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측의 이 같은 반응은 일부 언론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처음 보도됐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한 관계자는 전날인 8일 오전까지만 해도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한두 번 흘린 게 아니었다.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며 분을 감추지 않았지만 같은 날 오후에는 "공식 항의하는 선에서 매듭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특검이 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청와대를 반박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조율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특검 발표가 어떤 내용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특검 대응과 일정조율은 별개"라고 언급했다.
특검 발표 내용에 따라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를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일단 대면조사는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측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강경일변도로 나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면조사를 이끄는 주체가 특검인 만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특검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또 다시 압수수색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면조사 일정이 마냥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문제제기한 것은 9일이라는 시점인 만큼 하루 이틀 늦추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특검 수사기한이 이달 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또 이미 조사와 관련한 세부적인 협의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오후 특검의 브리핑이 대면조사 논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특검이 유출했다'는 박 대통령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핵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조율과정까지 공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경우에 따라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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