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언론플레이"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 커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조사 일정이 외부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 측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특검의 대면조사를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한 발언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특검이 공개시점까지 철저히 비밀로 부치기로 한 사안을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전날인 7일 일부 언론에서 '박 대통령의 9일 특검 조사' 보도가 나오자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특검이 왜 자꾸만 이런 정보를 흘리는지 모르겠다" "아직 발표하기로 합의된 것도 아닌 내용을 흘리는 특검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결렬"이라는 말을 언급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일정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해졌다. 여권과 법조계에서는 '하루이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예단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청와대 한 참모는 "대리인단 내부에서는 특검의 사과를 받지 않고 더 이상 진행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대통령 조사 일정과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 응축됐던 특검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내부에서는 특검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만 언론에 공개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았다. 여기에 기밀을 유지해야 할 대통령 조사 일정까지 공개되자 발끈했다는 얘기다.
일단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포함된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 조사 일정 유출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변호인단이 특검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단정하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특검의 행태를 놓고 역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특검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만큼 거부할 확률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