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만큼이나 실망도 컸다.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야기다. 2주 전 17개월 만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복귀전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4오버파로 부진해 '컷 오프(cut off)' 됐다. 통산 8승이나 일궈낸 '텃밭' 토리파인스골프장에서 부활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라운드를 마친 뒤 "I didn't make the cut(컷 통과를 못했다)"이라고 탄식했다. 우즈는 2013년 이후 우승이 없다(Tiger Woods hasn't won on the PGA Tour since 2013).
오랫동안 재활과 엄청난 연습을 통해 필드로 돌아왔고, '제3의 전성기'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42세의 나이와 오랜 공백 등으로 예전의 화려한 샷이 나오지 않자 초조한 모습이 역력했다.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79승이나 수확한 '골프전설'이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골프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There is no permanent winner in golf). 최고의 자리를 지키다가 결국 경쟁에서 밀려 내일의 승자에게 왕관을 넘겨준다.
스포츠는 무한 경쟁이다. 아놀드 파머(미국)는 "골프에서 왕이란 과거나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다. 골프는 가장 민주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A king exists in golf neither in the past nor in the future. Because golf is the most democratic sport)"라고 했다. 골프는 잔혹한 경쟁의 역사다.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또 그럴 것이다.
자신의 현 위치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우즈는 앞으로 더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골프에서 기술과 전략이 중요하지만 탁월한 힘을 가진 신체능력을 커버할 수는 없다. 과거에 집착해 모든 기준을 최고에 둔다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1등주의를 내려놓고 현실에 걸맞는 삶을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우즈의 부활을 기원한다(Make Tiger Woods make great again).
글=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