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지지' 등 벌써부터 번지는 네거티브 돌파가 관건…'스타일리스트 정치' 핀잔도
안희정 돌풍이 거세다. 7일 연합뉴스-KBS 공동 여론조사에서 문재인(29.8%)에 이어 전체 후보중 2위(14.2%)를 차지했다. 이외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상승중인 지지율에 비해 체감상 인지도는 약하다는 게 그의 단점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안희정의 팬이었다는 A 기자를 만나 그의 이미지와 홍보 전략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그의 사적인 팬심이 좀 들어갔으니 적절한 기준을 정해 읽으시길 바란다.
-당신의 이름은?
▲일하고 있는 매체, 실명 밝히기 힘들다 . 나이는 30대, 남자, 일간지 기자다.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이 왜 안희정'빠'인가?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향도 있고….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안희정의 책 출간 기념으로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다. 여기서 노무현이 중간에 눈물 흘리는데 짠했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여권 쪽에는 왜 이광재·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는가."라고 참모진들을 질타했다고 하지 않나. MB가 부러워할 정도로 노무현과 사이가 돈독했다는 건데, 배반을 밥먹듯 하는 요즘 세상에서 진득하게 의리 지키는 참모라 호감이 갔다.
'안희정과 함께'라는 책에서 안희정은 "리더와 참모의 관계는 마치 남자 여자가 만나듯 좋은 인연으로 만나 사랑하는 관계"라고 했다. 사랑하니 서로 책임진다는 건데, 이 참모가 나중에 리더가 된다면 책임지고 국정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좋아한다.
-안희정이 균형 잡힌 중도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그에겐 다양한 이미지가 있다. 우선 아들 둘을 둔 중산층의 단란한 가족의 가장이란 이미지. 두번째는 꼰대라고 불리울 만큼 보수적이고 전통을 고집한다는 이미지. 마지막으로 사회의 소수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는 이미지다. 세번째 이미지는 특히 타 후보들과 차별되는 매력이 있다. 그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성소수자 연예인 홍석천은 "얼마 전 (안 지사의) 인터뷰를 보고 울었다”며 “사회적 약자, 소수자인 사람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게 정치인의 계산법대로면 손해라 많은 정치인들이 논외로 넘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미지는 누구처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자칭하면서 억지로 꾸며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
그런데 안희정은 여러사람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귀신 같이 피해가는 재주까지 있다. 예를 들어 종교 문제. 그의 팬클럽이 몇 해전 실시한 100문 100답을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종교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보통 없다고 말하는데 사실 종교가 없는 사람은 없지요. 종교를 말하라 한다면 사람이 종교일 것이고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철학이고, 인문정신이겠지요. 어려운가요? 죄송…”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얼마전 중도 코스프레를 시도하다 된서리를 맞고 대선 레이스 초기 자진 사퇴한 분이 있지 않나. 정치를 좀 해봤으니 그분보단 세련된 방식으로 중도층 공략하고 보수 부동층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더 영리한 기름장어랄까. 하지만 중도주의는 칼끝에 서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진보- 보수 양쪽에서 '사상검증'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당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안 지사는 레토릭 정치, 스타일리스트 정치는 지양하라"고 칼끝을 겨눴지 않나.
-맞아. 안 지사는 자신의 단점이 '꼰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 지사 아들들이 아버지를 '꼰대'라고 부른다더라. 100문 100답에 따르면 본인 단점에 대해 "전통에 대한 집착이 보수적 태도를 만들기도 해서 아들들에게 꼰대라는 힐난을 받기도 함"이라고 답했거든. 물론 그가 스스로 보수적인 면이 있음을 밝히는 이유는 보다 다양한 사회계층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의도도 있다.
-팬의 입장에서 보기에 안희정의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현재 보수 성향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그가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비리에 연루됐다거나 '주사파' 반미청년회' 활동을 했다거나 하는 네거티브가 퍼지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이런 것들이 더 심해지겠지. 또 성소수자 공개 지지가 특정 종교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치는 종교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아마도 그 문제가 큰 난관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안희정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말 하면 뜬금 없는데,(웃음) 일단 잘생겼다. 호감을 사는 1순위가 외모라고 본다. 제 후배도 "미남이라서 맘에 든다"더라. 자칭타칭 충남 엑소(EXO, 남성 아이돌 그룹명)라고 한다.
또 젊은 층이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은근히 잘 알고 있다. 안희정은 버려진 고양이를 관사에서 키우는 애묘인으로 유명하다. 신년 인사 영상에선 인터뷰 도중 고양이의 몸을 쓸어준다. 요즘 네티즌들이 고양이는 '주인'이고, 키우는 사람은 '집사'라고 칭하던데, 안희정이 고양이를 안은 모습을 보면 멋쟁이 집사 캐릭터가 자동 연상된다. 혼자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많은데 분명 그런 이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요소다. 오늘 안희정 지사가 JTBC '말하는대로'에도 나온다는데 본방 사수할 예정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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