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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어둠 내리니 별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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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천문우주센터에서 바라본 하늘

[과학을 읽다]"어둠 내리니 별이 빛났다" ▲예천천문우주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별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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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3일 오후 8시.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걸려 중앙고속도로 영주 인터체인지(IC)에 들어섰습니다. 가로등은 사라지고 주위에는 온통 어둠만이 순간적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빛은 사라지고 어둠이 자리 잡았습니다.

도시의 현란한 불빛은 사라졌습니다. 영주 IC에서 20여분을 달려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 위치하고 있는 예천천문우주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개는 자연스럽게 하늘을 향했습니다. 빛이 나오는 곳은 하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없이 많은 별이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지난 1일 '달·화성·금성'이 서쪽 하늘에 나란히 자리 잡으면서 우주쇼를 연출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우주쇼를 맨눈으로 관측했습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쪽 하늘에 초승달과 금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중간에 붉은 빛을 내는 작은 화성이 자리 잡았습니다.

인류는 별을 보면서 성장했습니다. 별을 보며 방향을 결정했고 별을 보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인위적 불빛이 없을 때 하늘은 현란한 별들의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도시의 네온사인 등의 불빛은 별빛을 가로막습니다. 별을 보기 위해 도시의 빛이 적은 곳을 작정하고 찾아 떠나야 합니다. 예천천문우주센터도 이 중 하나입니다. 빛공해가 적은 곳에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과학을 읽다]"어둠 내리니 별이 빛났다" ▲천체망원경에 가지고 갔던 카메라를 부착해 찍은 오리온 대성운.

강성태 예천천문우주센터 천문활동팀장의 안내로 4층에 위치하고 있는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로 올라갔습니다. 보조관측실에 도착하자 '하늘 문(지붕)'이 자동으로 열렸습니다. 스르르 지붕이 열리자 어둠 속에 꼭꼭 숨어 있었던 별들이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1층에서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섰고 불빛이 더 많이 차단되자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이 손짓을 보내왔습니다.


"별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북극성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어떤 별자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절마다 별자리가 바뀌기 때문에 그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북극성은 북쪽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어 북두칠성을 찾았고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가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시리우스, 또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오리온 대성운 등을 육안으로 우선 찾아냈습니다. 강 팀장이 설명하는 곳으로 눈을 집중하자 독특한 모양이 다가왔습니다.


서쪽 하늘에 빛나고 있는 '달·화성·금성'부터 천체망원경을 통해 우선 관측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9시를 넘기고 있어 조금 있으면 금성이 시야에서 사라질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달과 금성은 맨눈으로도 밝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간에 붉은 빛을 내며 작은 화성이 함께 빛나고 있었습니다.


[과학을 읽다]"어둠 내리니 별이 빛났다" ▲필터를 이용해 찍은 태양

예천천문우주센터 보조관측실에는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 6대가 하늘의 별을 향해 빛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4인치 정도 크기의 굴절망원경은 2대로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하는데 사용합니다. 8~11인치 반사망원경은 6대 있습니다.


먼저 금성을 관측했습니다. 천체망원경에 들어오는 금성은 반달처럼 한쪽은 어둡고 한쪽은 밝았습니다. 금성은 '샛별'로 불며 가장 빛나는 행성이기도 합니다. 천체망원경에서 보이는 금성은 맨눈으로 볼 때마다 더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이어 화성이 천체망원경에 들어왔습니다. 화성은 붉은 빛만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2030년대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류를 화성에 보낼 계획입니다. 저 작은 행성에 인류가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 먼 곳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도 일었습니다.


다음으로 달을 관측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초승달은 흰빛을 뿜어내는 모습에 불과했습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관측되는 달은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달의 크레이터가 선명하게 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강 팀장은 "천체 망원경으로 보는 달은 맨눈으로 보는 달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며 "2월초에는 화성과 금성 등이 달과 함께 나란히 놓이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촬영해 보기로 했습니다. 천체 망원경의 아이피스에는 T링을 이용해 카메라를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강 팀장이 준비해 온 T링을 먼저 달았습니다. 가지고 간 DSLR 카메라를 부착하자 오리온 대성운의 모습이 다가왔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은데 카메라 노출을 최대한 늘리고 촬영된 사진에는 밝게 빛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성운이 구름처럼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카메라를 이용해 예천천문우주센터에서는 '자신만의 성운'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달은 천체망원경에 워낙 크게 포착돼 아이피스에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강 팀장은 "달은 가깝고 워낙 크게 보이기 때문에 따로 촬영을 위한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피스에 바로 갖다 대면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을 천체망원경 아이피스에 붙이자 크레이터까지 선명한 달이 스마트폰에 담겼습니다.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달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크레이터가 수없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에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립니다.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곳에 우리나라 탐사선이 도착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과학을 읽다]"어둠 내리니 별이 빛났다" ▲천체망원경 아이피스에 스마트폰을 붙여 달을 찍었다.

오리온 대성운과 시리우스 등 상대적으로 밝은 빛을 뿜어내는 별들도 보조관측실에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맨눈으로 볼 때는 다 같은 별들로 보이는데 천체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별들은 제각기 독특한 형태와 멋을 드러내며 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보조관측실에서 다양한 별들을 관찰한 뒤 주관측실로 이동했습니다. 주관측실은 그야말로 최고의 천체망원경이 있는 곳입니다. 구경 508㎜의 대형천체망원경이 중앙에 우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이 천체망원경은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의 장비입니다.


컴퓨터로 별자리를 자동으로 찾아 초점을 맞춥니다. 원형 돔이 스르르 움직이면서 대형천체망원경도 뒤따라 움직였습니다. 보조관측실에서 관측한 달이 주관측실의 대형천체망원경에서는 더욱 크게 나타났습니다. 달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달의 일부분만 확대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달의 크레이터 굴곡까지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늘의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별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는 과정을 밟습니다. 별은 죽어가면서 가스와 먼지를 뿜어내는데 이 가스와 먼지가 또 다른 별 탄생의 원소가 됩니다. 하늘의 수없이 빛나는 별 또한 인류의 태어남과 성장, 죽음의 과정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천천문우주센터는 2002년 4월 어린이우주과학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2004년 '별' 천문대로 이름을 바꿨고 이어 천문학 소공원, 우주환경체험관을 순차적으로 개관했습니다. 매년 5만 명이 이곳을 찾아 별자리를 관찰하고 우주환경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강 팀장은 "7~8월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며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가족단위의 관람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 보조관측실과 주관측실에서 별들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았습니다. 언제나 그곳에 빛나고 있는 별들을 우리는 점점 잊어가는 것은 아닌지. 깊고 깊은 어둠을 배경으로 별을 쳐다보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재성 스타항공우주 이사장 "2025년에 우주로 간다"


[과학을 읽다]"어둠 내리니 별이 빛났다" ▲조재성 스타항공우주 이사장.

" 저는 언제나 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천천문우주센터를 만든 이는 조재성(50세) 스타항공우주 이사장이다. 조 이사장은 자신을 '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 재성(在星) 자체가 '별에 존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충북대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한 조 이사장이 이곳 예천에 터를 잡은 것은 운명이었다. 2002년 예천군의 지원으로 천문대를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하늘의 별을 좋아했고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조 이사장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2025년쯤에 자신이 만든 우주선을 통해 지구 상공 120㎞까지 올라가 '우주관광 시대'를 열어젖히는 일이다.


조 이사장은 "현재 우주관광을 목표로 로켓, 비행체 등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또 하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항공우주는 국내에서 엄연한 항공사업체이다. 현재 5~9인승 헬기 8대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8인승 제트기와 4인승 프로펠러기 2대도 보유하고 있다. 예천천문우주센터와 함께 스타항공우주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큰 자산 중 하나이다.


조 이사장은 "2009년 미국의 우주선 제작사인 엑스코(Xcor)와 민간유인우주선 제작 도입 계약을 맺었다"며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 업체와 또 다른 제작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하늘을 도전의 무대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하늘은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던져주는 공간이자 놀이터였다"며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민간 우주관광은 최종 목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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