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재분쟁 서막 해석도
롯데 형제 주식담보대출 사용처 제각각
1000억원 확보 신동빈 롯데제과 지분 확대
신동주,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증여세 2100억여원 전액 납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롯데그룹 신동주·동빈 형제가 롯데쇼핑 주식담보로 빌린 자금의 사용처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3~26일 롯데제과 보통주 4만180주를 사들였다. 신 회장의 롯데제과 보유 주식수는 1124만8500주에서 128만8680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8.78%에서 9.07%로 확대됐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초 롯데쇼핑 지분 100만주를 담보로 1000억원 가량을 대출했다. 비슷한 기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도 4차례에 걸쳐 은행과 증권사와 250만5000주에 대한 담보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종가를 기준으로 주식 가치가 약 56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신 전 부회장은 담보 인정 비율에 따라 3000억원 안팎을 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국세청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부과한 증여세 2126억원을 전날 전액납부했다고 밝혔다. 당초 신 총괄회장 측은 불목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지만, 부과된 세금은 기한내 전액 납부하기로 우선 결정했고, 필요한 자금은 신동주 회장이 충당한 것이다. 이 자금은 신 총괄회장이 보유 자산을 처분한 뒤 받기로 했다.
이번에 신동빈 회장이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80억원 가량. 신 회장이 롯데쇼핑 주식담보대출로 확보한 자금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신동빈 전 회장 측도 담보 인정비율에 따른 최대금액을 감안하면서 1000억원 가량의 실탄을 수중에 확보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경영권 분쟁 중인 이들 형제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실탄 마 해석을 내놓았고, 양측 모두 지분을 더욱 사들일수 있는 여력은 있는 셈이다.
신 회장이 이번에 지분 확보에 나선 롯데제과는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3ㆍ4분기 말 현재 롯데제과는 롯데쇼핑(7.86%), 롯데푸드(9.32%), 롯데정보통신(6.12%), 롯데칠성음료(19.29%), 코리아세븐(16.50%)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와 다른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2013년부터 롯데제과 지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롯데제과 최대주주는 롯데알미늄으로 지분 15.29%(217만268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일본 롯데가 9.89%(140만5960주), 롯데장학재단이 8.69%(123만5760주)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선 신동빈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 추가로 매입 가능하다고 점쳤다. 대홍기획이 보유한 롯데제과 3.27% 추가 매입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30여개 해소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롯데 상장사들은 지난달 19일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과 합병, 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여러방안을 검토한다고 공시한바 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및 롯데물산과 합병 가능성도 나온다.
굿모닝베스트증권의 양현모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은 모든 계열사를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 등 4개 부분으로 나누는 조직개편안을 내놓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분할과 합병, 분할합병 등 여러가지 이벤트가 발생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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