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공장 이전을 포기한 미국 자동차 제작사들에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약속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채찍에 이어, 당근을 제시했다고 분석했으나, 당근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이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 3대 자동차 제작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미국에 짓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공장들도 미국에 짓기를 원하며 그런 일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3사에게 "우리는 세금과 불필요한 규제들을 줄일 것"이라며 미국에 투자하기 좋은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 통신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업 선호 환경 조성을 얘기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미 경제 채널 CNBC는 이같은 트럼프의 발언이 대통령이 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이례적인 최근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포드 CEO인 마크 필즈는 면담 후 "우리는 대통령과 그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정책에 대해 매우 고무돼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3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창조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탈퇴 결정도 환영했다"고 밝혔다.
메리 바라 GM CEO는 "우리는 경쟁적인 자동차산업 속에서, 어떻게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일하며 환경·안전·일자리 창출 등에 있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건설적이고 폭넓은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만으로 보면 트럼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트럼프 눈치보기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자리에서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트위터를 통해 3사에 대해 "미국에 있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고 압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의 으름장에 따라 이달 초 포드는 멕시코에 16억 달러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GM은 지난주에 올해 미국 공장에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1000개를 창출 또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중서부 공장 2곳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새 일자리 2000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가 당근으로 내놓은 "감세 및 규제완화"는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세르조 마르키온네 CEO는 면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없앨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미국 기업들과 가진 '일자리 대책' 조찬 모임에서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자 한다면 신속한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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