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더러운 잠' 파손 보수단체 회원 연행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누드 그림을 파손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곧, 바이' 전시장은 문제작 '더러운 잠'에 대한 중·노년 남녀 20여명의 항의로 부산했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상황에서 이들 중 한 명은 그림을 집어 던져 액자를 부수고 내동댕이쳤다. 다른 한 명은 바닥에 뒹구는 액자를 밟았다.

전시회 주최 측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시민들을 재물손괴 혐의로 연행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수단체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회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란이 가라앉자 전시회를 주최한 기획자와 작가들은 "마네는 '올랭피아' 작품을 통해 수줍고 가려진 누드가 아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누드로 그 시대 사회에 금기된 표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더러운 잠은 올랭피아를 재해석해 현 정권에 보내는 금기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라고 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최순실 정권을 풍자한 작품이 모두 폄하되고 철거돼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더러운 잠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이날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의 주최로 전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 발언에 대해 "작품 전시가 특정한 공간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작가들은 훼손된 그림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하고, 나머지 그림들은 철거했다. 훼손된 그림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대학로에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