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가능성 여전히 존재…장기적 지진 연구 로드맵 필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양산단층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됐던 경주지진이 이름 없는 단층(무명단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지진에 대한 우리나라 연구 작업이 기초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지진이 일어났음에도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 KIGAM)은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경주지진의 원인 분석을 위해 진원지 주변 지진관측과 지진분석, 진앙 주변의 지표단층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24일 포항에서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진앙 주변의 무명단층 등 소규모 단층들이 분포하는 것을 파악했다. 앞으로 탐사 심도를 확대하고 양산단층대 일원에 대한 추가 정밀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한반도 계기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 5.8을 보였던 경주지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피해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단층조사를 수행했다. 계속되는 여진을 모니터링 하는 등 경주지진 발생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해왔다.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무명단층 사이의 지하 약 11~16㎞ 부근의 북북동·남남서 주향에 동쪽으로 약 70도 경사진 주향이동 단층활동(두 개의 지층이 서로 상반되는 수평방향으로 미끄러져 형성되는 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지진으로 파열된 단층면의 폭과 길이는 진원지 부근에서 각각 5㎞ 내외로 파악됐다.
경주지진의 전진과 본진, 주요 여진들은 고주파수 대역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특징을 보여 주로 저층 건축물 대한 손상이 많았다. 또한 토사가 두꺼운 지역들이 지진동 증폭 현상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주지진을 유발한 단층은 본진 발생 당일 대부분의 응력에너지를 방출했고 이후 여진발생과 함께 점차 안정화 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지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표 단층운동이나 지표 파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총 7개 조사지점에서 기반암 단층들을 확인했고 이를 덮고 있는 제4기 퇴적층으로 연장되는 단층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표 지질조사에서 확인된 진앙 부근 단층들의 지하분포와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탄성파탐사도 수행했다.
탄성파탐사란 다이너마이트 폭발이나 바이브로사이즈(Vibroseis)와 같은 진동 송신원 등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지표 부근에 지진파를 발생시켜 지진파의 전파시간, 파형을 분석해 지질구조를 분석하는 탐사법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21일부터 21일 동안 수행된 탄성파 탐사결과 무명단층과 다수의 소규모 단층들의 존재와 분포 양상을 확인했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서는 제4기 단층의 존재가 많이 확인됐고 단층운동에 따른 지진재해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며 "이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으로 경주지진 발생 지역에 대해 지진관측, 정밀 지질조사, 탄성파 탐사 심도 확대 등 지속적 지진·단층 연구를 추가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국민들이 지진재해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경주지진과 연계한 동남권 지진·단층 관련 연구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지진 불안감 해소와 대국민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연구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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