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광이 비치던 수출주에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발언하는 등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전쟁을 예고하면서 원화 강세 전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결제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달러 약화는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이다.
18일 전 거래일보다 1.8원 내린 1166.70원에 마감됐던 원ㆍ달러 환율은 19일 다시 13.3원 오른 1180.0원으로 출발하면서 급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는 트럼프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다"며 달러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급락했다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 "미국 경제가 연준의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고물가와 불안정성이라는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데 따라 반등하는 등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추세적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가파른 달러 강세 현상이 이미 경기 부양 효과를 선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외환 담당 연구원은 "트럼프가 강력한 재정 확대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하니까 그 기대감으로 달러가 강세로 간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하는 3월쯤을 변곡점으로 해서 달러가 약화되고 원화가 강세되는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이 궁극적으로는 원화 절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2004년 6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58.6원에서 950.6원으로 21.9%나 절상된 바 있다. 양국 간 경제 펀더멘털 요인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수출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451억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인 것으로 주식시장 투자 심리 회복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7.1%가량 올랐고, 현대차는 15.7%, SK하이닉스 12.7% 상승하는 등 대표적인 수출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면 수출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실행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겠지만 부작용 때문에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원화 절상 압력도 낮아진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쉽고 미국 내 여론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보호무역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달러는 약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교역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미국의 경기 여건 등이 다시 달러화 강세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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