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사흘 뒤면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된다. 그날 이후 유가족 곁을 지켜 온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고 있다.
김영만(55·건축가)씨는 '세월호 고래 풍선'을 만들어 촛불집회에 가져 나왔다. 풍선은 석정현 작가가 그린 세월호 고래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애드벌룬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고래 풍선으로 헬륨가스를 넣어 띄우고 촛불을 형상화한 LED 304개를 고래 등에 꽂았다. 노란 세월호도 함께 떠 있다.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씨는 "세월호 얘기를 이제 그만하라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데 정말 가슴 아픈 말이지만 당신 자식이 희생됐으면 한 번 그 고통을 상상해 보라고 한다"고 했다.
올해 11월 '세월호'를 주제로 한 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를 제작한 오일권 감독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사고 원인과 엉터리 수습 과정을 지켜보며 모두가 지쳐 가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대다수는 그만 잊자고, 잊어버리자고 말한다"며 "그러나 그것은 외면일 뿐 모두의 마음에 생긴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곪아 있어 건드릴 때마다 아픈 지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다시 인재(人災)를 반복한다고 덧붙였다.
광화문광장은 2014년 4월16일 이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노란리본 제작소, 분향소, 서명대가 있는 이곳은 그날 이후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일 하루 2시간씩 이곳 광장에서 리본을 나눠 주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80대 노인은 "1000일이 됐어도 애들이 안 나오지 않았느냐"며 "애들이 살아서 환생해 돌아올 때까지 리본을 나눠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래 서 있으면 가끔 어지럽기도 하지만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만둘 수 없다"며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이 일을 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인 권희정(44·주부)씨는 "1000일이라서 특별할 거 없고 우린 매일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권씨를 비롯한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이곳 광장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평일 400~500명, 촛불집회가 있는 주말엔 1만명이 서명을 한다.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자 제3기구를 만들어 진실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졌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던 박종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은 "정부 당국에서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그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정부가 계속 감추고 거짓말을 하니까 사람들이 진실을 말해도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변호하기 위해 끝까지 힘썼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제2특조위를 발족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특조위 출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검을 무제한으로 신청할 수 있고 특검 후보는 특조위가 추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사실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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