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명이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등 고위급과 연쇄 회담한 데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중 양국 간 공식 외교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 '의원 외교' 차원의 방중이 경색 국면을 해소하고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에 '국론 분열'이라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는 이유에서다.
송영길 의원을 단장으로 한 민주당 의원 7명과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왕 부장을 잇따라 면담한 뒤 베이징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한령(限韓令)과 한국행 여행객 제한, 삼성·LG 배터리 인증 문제 등 5가지 현안에 대한 제재에 가까운 조처를 중단할 것을 중국 측에 요구했으며 이들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국면을 전환시키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면 전환을 위해서 중국 측은 사드 배치를 가속화하겠다는 말이 아닌 (사드 배치를) 일시 중단하면서까지 서로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협의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곧 사드 배치를 멈추거나 늦추면 보복성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방중 의원단은 "왕 부장이 직접 사드 보복이나 제재 중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다"며 "국면 전환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은 쿵 부장조리가 한 것"이라며 어감을 바꿔 전했다. 이어 "왕 부장은 사드 배치 가속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한중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동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쿵 부장조리와 왕 부장의 발언을 한 데 묶어 면담 결과를 전달하면서 어디까지가 '팩트(사실)'이고 '오버 팩트'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자칫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상대는 전 세계 국가와의 외교를 담당하는 베테랑 외교관"이라며 "이들의 이례적인 환대에 숨은 함의와 말 속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의원들이 이를 (통역을 통해 듣고) 전달하는 방법 자체가 위험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의원단이 방문해 왕 부장과 면담한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양국이 소통과 협상을 통해 좋은 해결 방법에 이르러 양국이 각 영역에서의 교류 합작을 추진하는 데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는 왕 부장의 짤막한 모두 발언만을 알렸다. 관영 언론도 비중 있게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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