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프로스포츠 유일한 女감독…박미희의 흥국생명
女배구 선두 "지난해 시행착오로 시야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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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겨울 스포츠에는 연말연시가 없다. 시즌이 절정이라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긴장되는 시간이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을 지도하는 박미희 감독(54)도 마찬가지.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의 흥국생명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성탄절을 시작으로 2박3일 휴가가 있었지만 박 감독은 하루만 쉬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팀당 서른 경기를 하는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반환점인 열다섯 경기 동안 11승4패(승점 32)를 해 선두를 달린다. 4일 현대건설과의 홈경기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박 감독은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서가 바뀌니 살얼음판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그래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기분은 좋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했다.
우승에 대한 기대도 무르익는다. 국가대표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김수지(30)와 이재영(21)이 오름세고, 주전 세터 조송화(24)도 부상 없이 비시즌 훈련을 함께했다. 박 감독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흥국생명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기는 2007~2008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챔피언결정전도 2010~2011시즌 준우승 이후 나가지 못했다.
그는 세 시즌 째 흥국생명 사령탑으로 일한다. 2014년 5월 7일 부임해 2년 8개월째 팀을 지휘한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에서 유일한 여성 감독이다. 데뷔 첫 해 4위를 기록하더니 지난 시즌에는 3위로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했다. 시즌 중반 1위를 달리다가 외국인 공격수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고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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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예상을 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고 했다. 그가 계획한 '거미줄'처럼 끈끈한 경기력도 궤도에 올랐다. 수비력을 나타내는 팀 리시브와 디그 부문 순위는 3위, 세트(공격으로 연결된 토스) 부문은 1위를 달린다. 박 감독은 "20점대에서 쉽게 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박 감독은 여성 지도자라는 굴레와 싸웠다. "벽이 높다고 느꼈다. 초반에는 '여성 감독에게 져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했다. 성적이 부진하거나 팀이 흔들려 속 앓이도 크게 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이라는 장점을 살렸다. "선수들의 고민을 먼저 이해하고, 마음을 움직이려 애썼다. 엉덩이를 토닥이며 칭찬하는 등 스킨십도 한다"고 했다.
"작고 큰 일에도 흔들리지 말자." 박 감독의 새해 표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감독을 시작하면서 정한 꿈이 있다"고 했다. 밝히기는 어렵지만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성 지도자의 성공을 기대하는 지인들도 많다. 언제까지 감독을 하고, 어느 시점에 물러날지를 스스로 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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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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