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소설가서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로 전락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성적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31일 긴급체포된 류철균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장(50·사진·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은 대중 사이에서는 '이인화(二人化)'라는 필명의 소설가로 유명하다.
대구 출신인 류 교수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로 제1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이후 '초원의 향기', '시인의 별', '영원한 제국', '인간의 길' 등을 발표해 문단 안팎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1993년 출간한 '영원한 제국'은 류 교수를 단숨에 유명 인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정조가 사망한 1800년 1월19일 새벽부터 20일 새벽까지 궁궐 내 규장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팩션'이다.
정조 독살설을 역사 추리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이 책은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영어, 일본어 등 8개 국어로 번역됐고 안성기, 최종원 등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류 교수는 이 같은 명성 덕분에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인 1995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초빙됐다.
1997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국 근대사를 다룬 대하소설 '인간의 길'을 내놨다가 박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함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소설가이자 게임 스토리텔링 전문가, 대학교수로 승승장구했다. 또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재단 이사진에 문화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이화여대에서 정씨에 대한 입시 및 학사 특혜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면서 류 교수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류 교수의 수업인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담당에서 정씨가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류 교수가 높은 학점을 주는 등 특혜를 준 혐의이다. 더욱이 정씨가 기말시험을 보지 않았는데도 정씨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되는 등 대리시험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특검 조사과정에서 "최씨를 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류 교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긴급체포된 것을 놓고 볼 때 현재 특검팀은 류 교수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정씨의 성적 관련 비리가 확인됐지만 대리시험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현직 교수인 점과 진술 태도 등에 비춰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긴급체포했다"며 류씨가 특검에 확보된 객관적 증거·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점도 고려했음을 내비쳤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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