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권한정지)과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의 ‘메신저’ 노릇을 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기소)을 불러 조사한다.
특검은 25일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용 중인 정 전 비서관을 오후 2시 출석시켜 조사한다고 24일 밝혔다. 정씨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47건의 국정비밀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대체로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과 아울러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고리3인방’으로 통한다. 그의 진술이 국정농단 핵심 주인공인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행적 등을 드러낼 주요 단서로 주목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가 최씨에게 유출한 문건은 확인된 것만 180건이다. 시기별로 유출문건 수는 2012년 30건, 2013년 138건, 2014년 2건, 2015년 4건 등으로 박 대통령 취임 첫해에 집중됐다. 올해도 6건의 문건이 최씨 측에 넘어갔다.
유출문건에는 현 정부 출범 당시 초대 장·차관, 감사원장 등 고위직 인선자료 및 인선 발표안 등이 포함됐다. 외교안보사항이 담긴 기밀 문건이나 대통령 일정표, 국가정책추진계획 관련 대통령이 정부 부처들로부터 받아 본 업무보고 내역이나 관련 코멘트를 남긴 말씀자료도 최씨가 훑어봤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구글 G메일 계정을 공유하는 수법으로 이들 문건을 넘겨왔다고 한다. 그는 문건을 전달할 때마다 ‘보냈습니다’ 같은 문자메시지로 최씨에게 이를 알려왔는데, 검찰은 이를 토대로 2012년 11월~2014년 12월 2년 간 최소 237건의 문건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소유·사용을 부정하고 있는 태블릿PC로 정 전 비서관과 문자를 주고받은 내역도 확인됐다.
정 전 비서관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꼼꼼한 성격으로 박 대통령이나 최씨가 지시한 사항은 모두 녹음해 두고 이를 반복재생해가며 챙기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이전 박 대통령과 최씨가 함께 한 자리에서도 오가는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통신기기 9대에서 모두 236개의 녹음파일을 복구했다. 대다수(224개, 94%)는 박 대통령 취임 이전 것이지만, 12개(28분 분량)는 취임 이후에 생성됐다. 그 중 8개(16분10초)는 최씨, 나머지 4개(12분24초)는 박 대통령과 통화내용이 담겼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넘기면 최씨가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걸 듣거나,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업무를 지시한 내용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통화내용 외에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3자대화를 녹음한 파일도 5시간 분량(11개, 5시간9분39초)이나 된다. 주로 대통령 취임식 및 취임사를 준비하는 내용들로 앉은 자리에서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른바 ‘정호성 녹음파일’과 녹취록 등 관련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를 모두 특검에 인계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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