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가구 대이동 내일 결정
인근지역 주택난 최소화 시점 놓고 고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내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이주시기가 내일(22일) 결정된다. 6000여가구에 달하는 입주자들의 이주가 본격화하면 인근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서울시의 고심이 깊다. 관할 구청, 입주민 등은 인위적으로 이주시기를 늦추면 오히려 주거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서울시와 강동구 등에 따르면 22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둔촌주공아파트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이 상정된다. 앞서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안을 지난달 말께 구청에 접수했다. 관리처분계획이란 재건축 후 신축하는 아파트 등을 조합원이나 일반분양분으로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재건축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는 의미다. 조합원의 이주시기나 철거 등에 대한 내용이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된다.
1980년 준공된 둔촌주공아파트는 저층(1ㆍ2단지)과 중층(3ㆍ4단지)아파트 5930가구를 통합 재건축하는 단지로 택지면적만 46만㎡가 넘고 신축 후 1만1106가구(임대 포함)에 달해 여태껏 국내 재건축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통상적인 절차대로 진행한다면 내년 초께 관리처분인가가 나서 내년 4월부터 9월 사이 이주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사업속도 조절 차원에서 시기를 조율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특정 단지나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이주가 집중될 경우 인근 지역까지 전월세난이 번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시는 기존 주택이 500가구가 넘거나 인접한 다른 정비구역과 기존 주택이 2000가구를 넘으면 시의 인가를 받도록 지난해 조례를 고쳤다. 기존보다 심의대상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둔촌주공 인근에 있는 고덕주공3단지나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는 지난해 서울시의 조정에 따라 2개월, 4개월 가량 이주시기를 늦춘 바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주택수급전망 자료를 보면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4구(동남권)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멸실물량이 집중돼 1만3000가구 이상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 관계자는 "둔촌주공의 경우 단지 규모가 커 특정시기에 이주가 몰릴 경우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는 등 주거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주택수급동향 등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주민은 강제로 시기를 늦추는 게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같은 구에 있는 길동 신동아1ㆍ2차아파트 등 다른 재건축단지가 내년 하반기 이주를 예정하고 있는 만큼, 둔촌주공 이주를 늦추면 오히려 이주세대가 더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고덕시영을 재건축한 단지가 조만간 입주하는 등 내년부터 신규 입주물량이 생기는 데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도 많이 생겼다"면서 "이주시기를 뒤로 미루면 전월세난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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