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텍사스에 WBC 차출 요청
올 시즌 부상 시달려 반대 가능성
"마지막 국대 기회라 애착"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내년 3월 국내(고척 스카이돔)에서 1라운드를 시작하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개막(3월 6일)이 3개월도 남지 않았으나 출전 선수를 정하는 대표팀의 고민이 크다. 주축 선수들이 소속 구단의 반대와 부상 등의 이유로 합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중심 타자 후보인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도 마지막 태극마크라는 각오로 대회 참가를 희망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해법을 찾기 위해 구단의 배려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 업무를 맡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50)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텍사스 구단에 WBC 출전을 협조해 달라는 요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KBO는 20일 텍사스 단장에게 양해를 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주최하는 대회다. 조직위원회 구성도 MLB 사무국에서 담당한다. 각국 대표 선수로 뽑힌 메이저리거의 차출 여부를 해당 구단 동의를 얻어 결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WBC 참가에 부정적이다. 존 대니얼스 단장(39)은 지난 15일 지역 매체를 통해 "추신수와 다르빗슈 유(30·일본), 엘비스 앤드루스(28·베네수엘라) 등 소속팀 선수들이 WBC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서를 사무국에 공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 위원은 "추신수가 이미 구단을 통해 참가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반대를 무릅쓰면서 출전을 강행하기는 어렵다. 결정권이 사무국으로 넘어간 상황인데, 내년 1월 중순에야 기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간이나 경기 출전 일수 등을 정량화해서 기준을 삼는다면 (추신수가 WBC에)출전할 가능성이 훨씬 희박해진다"고 했다. 추신수는 올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네 차례나 부상자명단(DL)에 올라 마흔여덟 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추신수가 텍사스 구단의 우려에도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유는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는 점과 대표팀의 전력 누수 때문이다.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 한 2009년 2회 WBC에 출전해 우리나라가 준우승하는데 기여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도 나가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모두 해외에서 거둔 성과였다. 송 위원은 "(추신수가)국내 팬들 앞에서 하는 사실상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라고 여겨서 애착이 남다르다"고 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고,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나머지 메이저리거의 합류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28·SK)이 팔꿈치 수술로 전력에서 빠질 예정이라 마운드가 강하지 않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69)은 추신수를 비롯한 경험과 실력이 있는 타선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송 위원은 "추신수가 미국에서 15년 동안 경쟁을 하고 메이저리그를 통해 각국의 대표 선수들과 상대한 경험도 많다. 상대 팀을 압박하거나 대표팀의 무게감을 더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입장만 내세울 상황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를 밟고, 구단과 사무국의 판단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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