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어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4일(현지시간)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대부분 지지했던 실리콘밸리 경영진들과 회동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오후 트럼프타워 25층 회의실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사프라 카츠 오라클 CEO 등과 한 테이블에 마주보거나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트럼프의 자녀들 도널드 주니어, 이방카, 에릭 등도 동석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을 위해 뭐든지 돕겠다. 나와 내 사람들을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IT분야를 의식해 "국가 간 거래가 쉽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정보기술(IT)기업들은 트럼프와 화해 무드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자 중 머스크 CEO의 변신이 눈에 띈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슬그머니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까지 합류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실리콘밸리 인사 중 유일하게 정권인수위에 참여한 피터 틸과의 친분 덕분에 NEC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와 틸은 정보기술 분야에 영향이 큰 페이팔 창업자들을 뜻하는 '페이팔 마피아'로 불린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인사들에 대한 트럼프의 '뒤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듯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소통 창구로 활발히 이용하는 트위터의 잭 도시 CEO는 이날 회담에서 초대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권인수위 대변인은 "트위터의 기업 규모가 이 자리에 초대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도시 CEO가 배제된 이유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트위터 측이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요청한 해시태그 '#CrookedHillary(부정한 힐러리)'를 거절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트위터는 최근 주요 IT 기업 중 트럼프 행정부의 무슬림 추방정책에 도움이 되는 어떤 빅데이터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이기도 하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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