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내년 1월 20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최근 압박 수위를 높인 대북제재 기조의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는 '정상 외교'가 사실상 멈추면서 일각에서는 외교적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외교 소식통은 "내년 한국의 대외 리스크 중 정상의 외교 공백은 대북 정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장 차기 미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는 각을 세우고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변화의 시점에서 한국 외교 당국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중 간 갈등의 폭은 깊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하기도 전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거론하며 뒤흔들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행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이례적으로 통화하면서 중국은 단숨에 허를 찔렸다. 중국 당국은 겉으론 강력 반발했지만 물밑 접촉도 병행해야 했다. 13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양제츠 국무위원이 라틴아메리카 방문차 뉴욕을 경유하는 길에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비롯한 트럼프 인수위 측 고문들과 회동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결국 올해 초 강력하게 이어져 온 '대북제재의 판'에 균열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 결의안 2321호에 이어 한·미·일 3국의 독자 대북제재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안보리 결의안의 핵심 사항인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의 철저한 이행과 검증을 위해서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13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이 부분에 대한 상시적 정보교환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하는 등 한 목소리를 냈지만 중국이 빠진 공허한 외교적 메시지로 남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여전히 한국이다. 올해 안에 개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국내 정치 상황에서 물건너가면서 내년에도 정상 외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반기까지는 현재 어떤 정상 일정도 없다는 것이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기조의 변화가 가시화되는 이 중요한 시점을 놓칠 가능성에 대해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미 트럼프 정권의 초대 국무장관 지명자로 13일(현지시간) 친(親) 러시아 성향의 석유 거물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낙점됐다. 공직 경험이 없고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외교수장 적격성을 놓고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한국 외교는 트럼프에 이어 틸러슨까지 그 어느 때보다 '안갯속'을 걸어가야 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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