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찾아뵙는게 도리라고 생각해 방문"
돌아가는 차안에서 눈물 흘리기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월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5일만이다. 박 대통령은 15분간 화재현장을 둘러봤으며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위기로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이 서문시장 방문을 결정한 것은 이 지역 일대를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만큼 피해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11년만의 대형화재로 1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추정이다.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기도 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 화재현장에서 김영오 시장상인회장을 만나 15분간 현장을 둘러봤다.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이었으며 한쪽에서는 소방관들이 잔불을 진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제가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줬는데 너무 미안하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계신데 찾아뵙는 게 인간적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피해상인을 만나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화재감식반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어 불가능했다"면서 "계속 현장에 있으면 도움이 안되고 피해만 줄 수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늘 힘이 됐던 곳이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석훈 경제수석에게 관계부처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피해상인 긴급지원반이 구성돼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시장이 복구될 때까지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인근공터를 임시시장터로 확보할 방침이다.
또 임시시장 운영을 위한 자금과 함께 상인들에게는 저금리 긴급안정자금과 미소금융대출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 건물 복구를 위한 교부금을 지원하고 세금과 공과금 납부 유예 등 추가 지원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방문은 비공개 일정으로 조용히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외부행사의 경우 통상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알리는 절차도 밟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지지율이 4%(한국갤럽 기준)라는 점을 감안해 언론노출 없이 조용한 방문을 선택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방문 시간도 예고 없이 앞당겼으며 비서실에서 수행한 참모진은 배성례 홍보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 등이었다. 이외에 홍비기획비서관과 대변인도 동행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냐는 질문에 "국정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다녀온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떠난 뒤 일부 시장 상인들은 "피해 상인들과 대화 한번 하지 않고 돌아갔다"며 불만을 나타냈고 박사모 회원 30여명은 박근혜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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