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지나쳐…갑작스런 엔고 리스크 경고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확대 기대감에 선진국 증시가 뛰어 오르면서 일본 주식 투자자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트럼프 랠리'에 미국의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이 겹쳐 달러 강세가 뚜렷하게 진행되면서 엔약세에 따른 일본 증시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큰 손 주식 투자자들 가운데 일본 공적연금 GPIF가 가장 큰 수혜자라고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GPIF는 3분기에 2조4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는데 이는 직전 3분기 연속 손실을 내며 15조엔에 이르는 적자를 본 것과 대비된다. 15조엔 손실은 지난 2014년 주식비중 확대를 골자로 GPIF가 투자전략 수정을 발표한 이후 거둔 모든 수익을 깎아먹는 수준이다. GPIF는 자산의 40%를 주식으로 들고 있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의원은 브렉시트 우려와 엔 강세 등으로 상반기 일본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GPIF의 추가 주식 매입은 '도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의 오가타 가즈히코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변수가 단기적으로 아베노믹스의 순풍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GPIF는 큰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의 토픽스 지수는 지난주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강세장에 진입했다. 달러 대비 엔화의 이달 하락률은 2009년 이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토픽스 지수의 구성종목 중에는 수출주 비중이 높아 엔 약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효과를 등에 업고 진행중인 엔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대선 전부터 축적됐던 엔 매수 포지션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손절매에 나서 엔화 약세가 가시화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실질 실효 환율을 기준으로 달러 강세가 수십년간 최고 수준 이르고 있다면서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실질 실효 환율이 평균으로 회귀하는 시기가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긴축 기조에 접어들긴 했지만 강력한 경기회복 드라이브를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이 장기 금리 상승과 지나친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경우 갑작스럽게 엔고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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