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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晴耕雨讀]우리는 '최악'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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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기억해야할 경제이론 22가지

- 심화되는 글로벌 저성장과 고실업엔, 폴 새뮤얼슨 '행복방정식'
- 과도한 보호무역·군비경쟁엔, 존 내시 '균형이론'으로 최악 선택 막아야

[임철영의 晴耕雨讀]우리는 '최악'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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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1944년 6월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바르게 생각하고 사고하는 사회에서는 위험한 행동도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될 걸세."


케인스는 미국 뉴햄프셔 브레턴우즈에서 열리는 '국제연합통화금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을 읽고 책의 논지를 이같이 일갈했다.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 세계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케인스가 혼합경제와 계획경제를 전면 부정하며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꽃피운 하이에크에게 건넨 일침으로 잘 알려진 대목이다. 케인즈는 특히 이 편지에서 전 세계를 사지(死地)로 내몬 나치즘(Nazism)의 출현이 정부의 개입과 폭정이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하이에크의 주장에 대해서도 특정 경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인간 개인의 윤리적 선택의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두 라이벌 경제학자의 이론은 20세기를 관통하면서 숱한 논쟁을 낳았고 그 논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두 이론은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 2차 세계대전, 1ㆍ2차 오일쇼크 등을 거치며 평가가 서로 엇갈리기도 했지만 거시경제가 혼돈과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난제를 분석하고 푸는 연장(tool)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2016년 11월 불안하기 짝이 없는 글로벌 경제상황과 정치상황을 맞았다.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고, 일시적 인기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줄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불확실성에 증권, 채권, 환율시장은 요동쳤다. 무엇보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전문가들은 자괴감을 토로하며 부랴부랴 트럼프가 후보자로 활동하면서 내놓은 매우 급진적인 대선 공약이 미칠 정치ㆍ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대부분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를 엄밀한 의미의 케인지안(Keynesian)은 아니라면서도 "가장 위험한 케인지안일 수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급진적이면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공약이 적지 않은 탓이다. 보호무역 강화, 이민자 퇴출, 세금 인하, 국방비 증액,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불확실성은 더 큰 부담이다. "그릇되게 생각하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는 케인즈의 경고가 쉽게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미국 국민은 왜 막말을 일삼고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은 나처럼 의문을 지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극단주의, 양극화, 불평등, 불통 등에 위안과 납득이 필요한 우리에게 그리고 앞으로 최소 4년 이상 글로벌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할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기억했으면 하는 것들이 담겼다. 그중 하나는 불평등과 탐욕의 함수관계다. 고전학파의 미시적인 시장균형 이론과 케인스의 거시경제 정책론을 접목한 신고전파 종합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폴 새뮤얼슨은 이른바 '행복 방정식'으로 더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그는 모든 현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며 세계화로 국가 대 국가, 개인 대 개인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행복이 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것(행복=소유/욕망)이라고 정의하고, 남과 비교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욕망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면 국가와 개인 모두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뮤얼슨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불평등은 극단적으로 심화됐고 결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2015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고 있는 저성장과 고실업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3I를 제시했다. 3I는 '포용적인 성장(Inclusiveness)' '구조개혁 이행(Implementation)' '인프라 투자 확대(Investment)' 등을 의미한다. '포용(Inclusiveness)'은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헬조선'에 사는 우리네 욕망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고립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고민이 절실하다.


다른 하나는 공존과 번영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시는 '게임이론'을 수학적 원리로 확립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은 여기서 탄생한다. 내시는 내시균형을 통해 '경제적으로 인간은 최고의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고 최고의 이익을 거둘 수 없다면 차선을 선택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가정이 틀렸다고 선언했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벌이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간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국가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한다. 과도한 군비 경쟁, 과도한 법인세 인하 경쟁, 과도한 환율 전쟁, 과도한 보호무역 경쟁 등은 당장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공멸로 치닫는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이며 나쁜 균형의 전형이지만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이 나쁜 균형을 찾아 몰려가는 분위기다. 공존의 자세가 협력을 통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내시의 이론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정치ㆍ경제 현상을 스물두 가지 경제학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폴 새뮤얼슨(2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을 포함해 밀턴 프리드먼, 존 내시, 로버트 실러, 대니얼 카너먼, 폴 크루그먼, 제임스 뷰캐넌 등이 주인공이다. 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이론을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는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묻고 "케인스처럼 내 손자세대의 번영의 가능성을 믿고 싶고 그런 신념이 세상의 모든 땅에서 지켜지기를 응원한다"며 책을 마무리했다. 저자의 고뇌가 짙게 묻어난다. 문제의 답을 찾고, 위기에서 대안을 찾은 22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그랬듯.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정치·경제 현상을 22가지 경제학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폴 새뮤얼슨(2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을 포함해 밀턴 프리드먼, 존 내시, 로버트 쉴러, 대니얼 카너먼, 폴 크루그먼, 제임스 뷰캐넌 등이 주인공이다. 자칫 지나치게 어려워질 수 있는 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고뇌한 흔적이 문장 곳곳에서 엿보였다. 각 이론에 기초한 논평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슈를 통해 이해도를 높인 점이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는 과연 바르게 생각하고 사고하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2016년 11월,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경제상황과 정치상황을 맞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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