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도 시민들의 촛불을 꺼뜨리지 못했다. 26일 '5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100만명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일으킨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요구했다.
2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
주최측은 "사직터널방면에서 동십자각 안쪽, 청운동동사무소 안쪽까지 경복궁 앞 인도를 포위하여 꽉 채우고 있다"며 ""종로는 종각까지 인원이 차고 있고 서대문역 부근은 포시즌 호텔 앞까지, 시청은 광장을 지나 한화건물 앞까지 인파가 가득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이어 "아직도 종로와 남대문 쪽에서 인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손과 발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목도리와 장갑, 핫팩으로 무장을 하고서라도 집회에 참가하려는 열기가 광장을 가득메웠다.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지역, 학벌을 초월한 모든 시민들이 광장에서 하나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고 강남역에서는 여성이 살해되고, 또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며 "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사드배치, 개성공단 폐쇄 등에도 알고보니 최순실이 뒤에 있엇고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당사자"라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전국 방방곳곳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지만 대통령은 검찰조사를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며 "국정조사에서도 철저히 진상규명 돼야 하고 무엇보다 무너진 국정을 바로 세우는 길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이다"고 강조했다.
무대에는 한 가족이 함께 올라 시민들에게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들인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박근혜 대통령이 하나의 가르침을 줬다. 사람이면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며 "대통령님은 지금이라도 생각하고 생각이란게 있다면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고 말하자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며 화답했다.
아이 엄마라고 밝힌 여성은 "저희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아존중감이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데 대통령은 자존감보다는 자존심이 강한듯하다"며 "오늘 하야하기 좋은 밤이다. 이제 그만 내려오시고 당당하게 자존감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편 역시 "이 엄동 설한에 할 말은 많지만 구호로 멋지게 외치겠다"며 "첫눈이 내려서 하얗게 내리는 날 그 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구호 외치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의 가훈은 '하야'만사성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하는 자리에 늘 빠지지 않았던 가수 안치환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안씨는 무대에 올라 '자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노래를 부르며 시민들을 독려했다. 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도 촛불을 머리 위로 흔들며 노래에 화답했다.
안씨는 "전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비폭력 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최선의 예의를 지키며 대통령이 신속히 퇴진을 하라는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제 노래가 훼손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를 때는 '사람'이 아닌 '하야'로 바꿔달고 부탁했다. 시민들은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를 크게 따라 부르며 하나돼 집회를 즐겼다.
한편 본집회가 끝나는 오후 8시 이후에는 2차 행진이 시작한다. 시민들은 주최측이 신고한 8개의 코스를 걸으며 청와대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행진 후에는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광화문광장과 도심 곳곳에서 '하야가 빛나는 밤에' 1박2일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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