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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풍전등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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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풍전등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 박희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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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풍전등화란 이런 것이다. 둑이 무너진다는 말도 이런 것이다. 요즘 나라 상황을 보면서 이런 말이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건 보호무역주의 현실화, 중국의 중속성장, 유럽의 침체 지속 등 우리의 생명줄인 수출길을 막을 큰 파도가 넘실대고 있고 나라 안은 혼돈의 도가니가 됐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과히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정국이 왜 시끄러운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수습책을 찾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당 핵심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근혜정부의 혼란은 한층 더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칼을 휘두를 태세다. 한 검사는 헌법을 무시한 박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버티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농성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거의 매일, 24시간 내내 신문과 방송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여부를 보도해 국민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거의 매일 '최순실의 국정농단' 속보가 나온다. 온 국민의 시선은 무의식 속에 거기로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일손이 잡힐 리가 없다.


일손을 놓은 쪽도 있다. 공무원들이다. 지위고하가 다 그렇다면 어폐가 있겠지만 적어도 고위 공무원들은 그렇게 보인다. 지금쯤이면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이 어떻게 성안됐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법한데 그런 말은 없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둘이나 되니 어디를 보고 어떤 정책을 보고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물론 일은 한다. 내년 예산 타려고 공사는 줄기차게 한다. 시내 도로가 막히고 고속도로가 혼잡한 데는 한꺼번에 하는 공사 탓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온 나라가 갈팡질팡,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처럼 짓누른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수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박근혜 퇴진, 하야, 탄핵만을 외친다. 맞는 말이다. 해법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이와는 별개로 누구도 그 이후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다른 것은 제쳐두더라도 1%대 저성장에 빠질 우려가 높은 한국경제의 회생방안,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의 속도 제고, 가계부채의 연착륙, 부동산시장의 정상화 등 우리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또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애가 탄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야 본래 정권 획득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몰려 있으니 여야가 다투는 것은 당연하다. 또 여야에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공무원들의 책임이 제일로 막중하다. 눈치만 보고 일손을 놓는 것은 국민에게 새로운 죄를 짓는 일이다.


외환위기로 나라가 부도난 때를 우린 잊지 않는다. 온 국민이 금모으기를 해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많이 기업이 쓰러졌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으로 죽을 고생을 했다. 그 때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정책과 자금 지원을 받아낸 사람이 공무원이다. 경제회생 정책을 짠 이들도 공무원이다. 이규성·강봉균·이헌재·진념 4인방도 공무원이었다. 온 국민의 합심, 이들의 혜안이 합쳐져 한국은 역사상 가장 빨리 외환위기를 졸업한 국가가 됐다.


한국은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은 '한국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 있는 나라인데 온 국민이 손을 놓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한국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들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지 않는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수습책을 마련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수습책은 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박 대통령이 떼야 하는 게 이 나라의 운명이라면 운명이 아닐까.


공자님이 2500년 전에 한 말을 우리 모두는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치란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면 비록 곡식이 있더라도 어찌 먹을 수 있겠는가(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우린 제몫을 하고 있는가.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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