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19일이나 20일에 기소할 예정인 검찰이 공소장 작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기재 할 지, 한다면 어디까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할 지와 관련해서다.
말 그대로 '초유의 공소장'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내주에나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버티면서 검찰의 고민은 더 커졌다. 검찰은 핵심 참고인이자 사실상의 피의자인 박 대통령과의 수싸움까지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하여', 또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태도를 조사 거부나 수사 방해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한 박 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최순실 재단'과 관련해 안 전 수석의 실무 주도로 자행된 53개 기업의 774억 강제모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직접연루를 가리키는 증언과 증거는 차고 넘친다. 정 전 비서관을 고리로 이뤄진 최씨로의 기밀문서 유출 또한 박 대통령이 정점에서 지시했다는 게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을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박 대통령과 공모관계라고, 즉 박 대통령도 공범이라고 본다. 최씨 등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사실상 피의자로 간주된다. 수위가 한 단계 낮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정도의 문구로도 법리적ㆍ정치적 의미규정은 가능하다.
◆조사 받을 사람에게 조사내용 알려준다? = 문제는 공소장이 온 나라에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검찰이 아예 기소 단계에서 공소장 전체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피조사자인 박 대통령이 자신이 조사 받을 내용을 미리 검토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렇다보니 검찰 안팎에선 '일단 박 대통령을 빼고, 조사를 한 뒤에 공소장을 변경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그간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지시를 했다'거나 '박 대통령의 허락 아래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으면 범죄사실의 성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 대통령 지시'라는 이들의 주장을 탄핵하고 전혀 다른 맥락에서 새롭게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공소장을 변경할 때는 기존 공소사실과의 동일성을 큰 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규정도 부담이다.
◆왜 박 대통령 신분을 전환하지 않나 = 이 대목에서 검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강제조사가 불가능한 참고인으로 박 대통령에게 '뒷문'을 열어준 게 아니냐는 거다. 수사팀을 포함한 검찰 내부에선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고 형사입건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핵심 관계자는 피의자로의 신분 전환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하기 전에는 말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현직 대통령 아니냐'는 입장도 폭넓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