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합동 해석지원 TF, 4차 회의 앞두고 벌써 힘 빠진 모습
정부 "이견 많아 결론 내기 힘든 게 사실"
산파 역할 한 朴대통령·黃총리 리더십 공백도 영향 미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태스크포스(TF)가 어수선한 시국과 부처 간 합의 난항 속에서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매주 한 차례씩 열려 3회까지 진행된 관계 부처 합동 청탁금지법 해석 지원 TF 회의는 최소한 올해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참여 부처 간 의견 차가 큰 사안이 많고 최순실 게이트까지 불거지는 와중에 회의 결과물의 무게감이 갈수록 떨어져 가는 모습이다.
첫 회의에서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취재하기 위한 용도의 프레스 티켓(기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티켓)은 5만원이 넘더라도 청탁금지법 제재 대상에 들어가지 않고 허용된다"고 전격 결정한 이후엔 크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7일 2차 회의에서는 "대학 교수가 민간 기업에 제자 취업 추천을 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11일 3차 회의에선 "공직자 연주·공연·전시는 청탁금지법상 외부 강의에 해당 안 한다"고 해석한 것 정도가 주요 내용이었다.
청탁금지법 TF는 애매모호한 '직무 관련자' 개념 등 논란을 속 시원히 해소하겠다며 대대적으로 출범했다. 이제 겨우 4회차 회의를 앞두고 급격히 힘 빠진 모습이 출범 취지에 부합하는지엔 의문 부호가 달린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사안은 일단 결론을 유보하고, 이를 뺀 나머지 내용만 발표하다 보니 외부에 결과물이 조금 부족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면서 "시스템을 보완해 가며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안들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상황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는 않다. 앞서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취지를 강조하고 법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청탁금지법 TF 출범을 주도한 황교안 국무총리도 차기 총리 거론 과정에서 리더십에 구멍이 났다.
이런 가운데 TF와 별개로 권익위가 법 적용 대상자·기관의 유권해석 요청에 답해주고 있는 업무 또한 많이 밀려 있다. 지난 8월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들어온 문의 1만513건 중 권익위가 답변을 완료한 비율은 21.5%(2261건)에 불과하다.
한편 최근 대구시 공무원이 권익위 공무원에게 음료수 한 상자(1만800원 상당)를 건넸다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를 내게 된 얄궂은 사건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국회의원들이 골프장 이용료 할인을 받고 기초의원들로부터 식사 접대를 받은 데 대해선 "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권익위 해석이 나와 세간의 불편함을 자아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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