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기점으로 전체 수주잔량 10% 한꺼번에 줄어
인펙스 FPSO 등 해양플랜트 3기(33억달러 규모) 동시에 빠져나가
채권단, 대우조선 노조에 '구조조정 동참확약서' 요구
오늘이 마지막 기한…노사 피 말리는 막판협상 진행중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대우조선해양의 남은 일감이 12월을 기점으로 크게 줄어든다. 대규모 해양플랜트 3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수주잔량이 많다"는 대우조선해양의 유일한 장점도 타격을 입게 된다.
경영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데도 노동조합은 자구계획에 동참하겠다는 동의서를 내는 데 주저하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노조에게 통보한 시간은 오늘까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12월 한달 사이 인도 예정인 해양플랜트는 33억달러(3조8742억원)규모다. 인펙스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20억달러), 자드코 원유생산설비(8억달러), 머스크 잭업리그(5억달러)가 다음 달 옥포조선소를 빠져나간다.
현재 수주잔량(10월 기준 349억달러) 중 약 10%가 갑자기 줄어드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인도는 회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데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펙스 FPSO와 자드코 원유생산설비는 선주사로부터 건조 대금을 80~90% 이상 지급 받았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최근까지 "우리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 남은 일감이 많다"며 "수주가 부진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경쟁사보다 남아있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12월을 넘기면 이 말도 무색해진다. 경쟁사와 격차가 점점 좁혀지기 때문이다.
현재(10월 말)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279억불로 올해는 더이상 인도되는 해양플랜트가 없다. 현대중공업은 11월 현재부터 12월까지 해양플랜트 4기를 인도해야한다. 4기를 모두 합쳐도 27억불 규모로, 대우조선해양보다 금액 측면에선 작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차례대로 내보내야 하는 해양플랜트는 총 10기, 103억달러 물량이다. 이 중 8기가 인도할 때 선주사로부터 70~80% 이상의 건조 대금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된 물량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인해 인도가 미뤄지면 대우조선해양의 자금 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인 예가 이미 두차례 연기 돼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소난골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수주가뭄이 지속되면 2018년 상반기부터 도크(선박건조대)가 비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회사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도 노동조합은 아직까지 자구계획 동참 동의서를 놓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막판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오늘 하기로 했던 산업은행 앞 상경집회는 취소했다"고 밝혔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 10일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과 감자(減資)가 핵심 내용인 '대우조선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17일까지 노조도 구조조정에 동참한다는 노사확약서를 내라"고 조건을 걸었다. 노조는 "채권단의 동의서 요구는 동료를 자르고 회사를 반토막 내자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 밖엔 방법이 없어 막판엔 극적 타결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 회사 안팎의 목소리다. 노조가 확약서를 내면 산은과 수은은 18일 이사회를 열어 자본확충안을 의결하게 된다.
오는 25일엔 대우조선해양이 주주총회를 열어, 산은의 일부 지분 소각과 일반주주 지분의 10대 1 감자를 확정한다. 대우조선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531억원과 당기순손실 2382억원을 기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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