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체육계 대통령’도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씨의 이권개입 전횡을 거든 단면이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6일 오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그를 긴급체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김씨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말만 거듭하며 말을 아낀 채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2013년 문체부 차관에 발탁된 이후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려왔다.
검찰은 최순실, 차은택(구속)씨 등이 입맛대로 문체부 관계자를 끼워넣은 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등 이권개입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끌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차씨 은사이자 문체부 장관을 지낸 김종덕씨를 지난 13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가 실운영한 K스포츠재단·더블루K 등이 추진하는 사업에 주도적으로 힘을 실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가 재단을 통해 롯데 등 국내 기업 자금을 헐어 세우려던 지역 거점 스포츠센터 건립사업 추진 과정에 김 전 차관이 개입한 정황도 불거졌다.
그는 재단 출연금을 빼내가기 위한 통로로 지목된 더블루K가 평창동계올림픽 공사 일감을 따내기 위해 스위스 누슬리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현장에도 참석했다. 김 전 차관은 이권개입은 물론 최씨에게 문화·체육 국정 현안을 알려주고 인사권에 간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을 통해 문체부로부터 이권을 취하는데 김 전 차관이 간여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문체부, 삼성은 센터 사업 후원 명목으로 각각 6억7000만원, 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이 체육계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데 사정권이 동원된 의혹도 있다. 앞서 검찰은 대한수영연맹 내 자금원을 거머쥔 주류 파벌을 횡령 등 혐의로 쳐냈다. 수영연맹 회장이 정부가 추진하던 국민생활체육회로의 통합에 소극적 입장을 취하던 대한체육회 부회장이었다. 리우 올림픽 부단장 선정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마찰 끝에 본인이 지목한 인사를 끼워넣은 것과 관련 지난해 김정행 전 체육회장이 몸담았던 유도계가 검찰 사정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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