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저성장에 트럼프 악재까지…내수침체에 수출여건도 개선되기 어려울듯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잇따른 대내·외 쇼크에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지속적인 내수부양 정책에 힙입어 2%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2%대 성장을 장담하기도 어려워졌다. 미국 등 세계적인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여건은 더 나빠지고,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내수마저 버팀목이 없는 상황이다.
◆韓성장률, 내년 1%대 추락 우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이와 관련해 "3분기 속보치를 보면 전기대비 0.7% 성장하면서 전망대로 흘러가는 모습"이라며 "물론 4분기는 국내외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우려가 많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도 했고, 추경 포함한 재정 집행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는 뉘앙스가 바뀌었다. 최 차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3% 달성에 대해 "큰 그림에선 하방요인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민간연구소과 투자은행 등에서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대체로 2%대 초중반 수준으로 봐왔고, 일각에서는 2%대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 수출이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이 같은 기대를 접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어 통상마찰과 자유무역협정(FTA) 축소에 따른 교역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미국과의 통상마찰에 따른 악영향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내수경기도 올해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경기전망에 대해 "내년 민간소비는 저성장과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소비심리가 둔화되는 한편 가계부채 부담, 저축성향 증가 등 구조적 문제로 올해(2.3% 예상)보다 낮은 2.2%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건설투자는 올해(6.8%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2.1%,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1.0% 예상)보다 다소 높아진 1.6%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와 연구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미국 대선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어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현실화 되면 2016~2020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3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트럼프 당선 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2.7→2.1%) 낮아질 것으로 봤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2%대 초반을 예상했던 많은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1%대 후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더욱 깊어진 '저성장 늪'=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저하는 무엇보다 한국 경제를 부양할 성장동력이 사라진 탓이 크다. 조선·해운, 철강, 유화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산업은 과거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주력산업이었지만 지금은 사양산업 신세가 됐다. 대규모 감원과 사업축소로 지역기반은 사실상 붕괴됐고, 이를 대체할 신산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4차산업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에마저 뒤처지고 있어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갈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구조적 변화는 한국 경제에 만성질환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 지출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정처의 '2017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9%에 그쳤다. 최근 실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잘해야 2%대의 성장'이라는 말이 된다.
예정처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과 함께 실업률 상승, 주당 근로시간 감소 등을 꼽았다. 더욱이 내년 대선을 기점으로 복지예산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음 정권에서는 증세 논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증세와 재정확대를 통한 낙수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경제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소득세 등에 대한 증세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이뤄진다면 소비는 더욱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소비를 살리기 위해 가계에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한다고 해도 가계는 소비보다는 빚을 갚거나 노후에 대비해 저축을 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대로 간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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