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崔게이트 연루 대기업 중 첫 검찰 출석
기업총수 줄소환 가능성에 해외일정 축소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은별 기자, 김혜민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저녁 7시 검찰에 출석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중 첫번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업 총수를 공개 소환하는 것은 앞으로 재계 수사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얽힌 대기업 총수들은 언제든 소환해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총수들도 검찰 소환에 대비해 경영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아침 일찍 포스코 본사로 정상출근했다. 이후 본사에서 오랜 시간 법무팀과 검찰 소환에 대비한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4년 포스코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종합 광고대행사 포레카를 매각하는 과정에 권 회장이 개입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차은택씨의 최측근인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포레카를 인수한 A사를 겁박하는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권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권 회장이 관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검찰 소환으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게 됐다.
권 회장의 검찰 소환 소식에 다른 그룹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엑소르그룹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엑소르 그룹은 "이사회 구성원들은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도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 이 부회장은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어도 이사회에 대부분 직접 참석했고, 관심을 갖고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과 유럽 현지사업을 체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서 이 부회장도 검찰 수사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관측이다. 해외 일정이 많은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압수수색 당일에도 한국에서 현안을 챙기는 등 국내 상황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서면조사나 소환 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법무팀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처벌조항을 검토하며 챙기는 중이다.
SK그룹도 좌불안석이다. SK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석방된 지 1년 3개월,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 역시 지난 7월 가석방됐다. 겨우 그룹 분위기를 다잡은 상황에서 또다시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도 최근 들어 해외일정을 최소화하고 본사로 출근 중이다. 꼭 가야하는 출장도 '당일 치기'로 소화하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는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 기업에 비해 소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시 독대 자리에는 최 회장 대신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총수들의 서면 조사를 넘어 줄소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재계 쪽에도 수사 칼끝을 겨눈 검찰이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독대 경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강제모금' 진위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라도 총수들을 불러들이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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