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수입산에 35% 고관세 폭탄
-NAFTA·FTA 교두보에 투자한 韓기업들 '패닉'
-최악 상황대비 대책마련…글로벌기업간 공조모색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가 북미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운영 중인 멕시코 생산기지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멕시코산 상품의 미국 내 판매 시 3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이행되면 대미 수출 물량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의 동반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폐지되면 이전관세인 2.5%가 적용돼 국내에서 생산된 프리미엄제품은 현지에서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자 업계는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을 예의주시하고 내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세부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업계는 현 사업을 유지하되 관세폭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멕시코산 제품을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지 않는 대신 멕시코에 TV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 생산기지를 두고 북미와 중남미 등지로 수출해 왔다. 두 회사의 매출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작년 두 회사의 북미 지역 매출 합계가 60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정책은 전자 업계로서는 치명타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5월부터 가동된 기아차 멕시코공장을 계획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부적으로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아차는 18억달러를 투입해 2014년 10월 40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공해 올해 5월부터 준중형차 K3(현지명 포르테)를 생산 중이다. 기아차는 그동안 20%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장벽에 막혀 멕시코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가 현지 생산을 통해 판매망 확보에 나섰다.
기아차는 생산량의 20%는 멕시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수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에 현대차는 앨라배마에 각각 생산공장을 두고 있지만 현지 생산 물량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은 조지아(46%)가 앨라배마(75%)보다 낮다. 기아차는 최악의 경우 조지아 공장과 멕시코 공장 간의 내수ㆍ수출품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변수가 많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상황별로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이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검토와 고율의 관세부과를 위해서는 입법적ㆍ행정적ㆍ외교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해 온 글로벌 기업과 각국의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멕시코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은 302억9000만달러로 7년 만의 최고치이고 이 중 43%가 자동차 부문에 투자됐다. 10여개 완성차 기업이 40개 브랜드 500여개 모델을 23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6~2020년 중 북미 출시 예정 신차 모델 수 193대 중 멕시코 생산 모델은 59대에 이른다"면서 "'미국 우선주의'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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