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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지원’ 사정(司正) 맞닥트린 재계 “줬다할까, 뜯겼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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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이권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아낌없이 주머니를 헌 국내 재계의 지원 경위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재계 ‘돈줄’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구속)씨,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등 청와대의 연결고리 단면을 드러낼 ‘명줄’을 쥐게 된 형국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서, 한국마사회, 대한승마협회 사무실과 관련자 주거지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 삼성 본사 압수수색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단기간 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쏟아 부은 국내 53개 대기업의 출연 경위가 박 대통령을 비롯 의혹 핵심 주인공들의 형사처벌 범위·수위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에 특수본은 지난주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실상 총동원령으로 수사검사가 보강되자 부부장 1명 포함 우선 3명으로 전담팀 가동에 나서 출연기업에 대한 사실상 전수조사에 나섰다.


두 재단은 최씨가 낙점한 인사들이 포진해 형식적 요건조차 부실하게 갖춘 채 세워졌고, 설립자라기보다 단지 자금원의 실질을 갖는 재계로 하여금 출연의무를 강제한 것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구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정책 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대통령의 명으로 경제부처에 지시·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갖는 자리다. 기업들이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포괄적 영향력을 가진 행정부 수반을 겨냥해 지갑을 열면서 수혜를 기대했다면 뇌물, 해코지를 우려했다면 공갈이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재단을 매개로 한 ‘청와대-최씨’의 연결고리만 입증된 상황에서 구속된 최씨가 굳게 입을 닫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지시·묵인했다거나 재단의 ‘실제 주인’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를 규명하기는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에 검찰은 출연경위가 자연스럽지 않거나 과도한 기업들을 조사 우선순위에 올려두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재벌 총수 독대 기록이나, 일부 기업이 출연을 미루거나 물리려 했던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두 재단에 45억원을 내놓고도 추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전에 이를 돌려받은 롯데, 투자 논의 과정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 오간 정황이 드러난 부영, 두 재단 전체 출연금의 26% 규모인 204억원을 부담하고도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삼성 등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7년 만에 승마협회에 복귀해 회장단에 그룹 대외협력담당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를 배치하고, 4년간 186억원에 이르는 후원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한 정황도 포착됐다. 승마선수 지원일감을 최씨 업체가 따내고, 결국 삼성 자금이 정유라씨의 말 구입과 훈련비용 등에 쓰인 셈이다. 재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최씨 측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건 삼성뿐이다. 검찰은 최씨 귀국 직전 독일에서 그와 접촉한 의혹이 불거진 박 사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이 최씨를 지원한 것이 특혜 내지는 불이익 모면을 기대하고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등 공무원에 청탁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석연찮은 지원배경을 두고 삼성 측의 구체적인 청탁 정황이 포착되면 알선수재 등 혐의로 최씨를 추가 압박해 대통령 수사에 대비하려는 사전포석으로 읽힌다.


기업들로서는 대가성보다 강압을 주장하는 편이 유리하다. 뇌물공여나 자금 조성에 따른 업무상 배임 책임 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대국민 담화에서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이라며 이를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이제 1년4개월 정도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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