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중고생·가족 등 20만명 자발적 참여…축제처럼 즐겨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20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평화적 시위를 이끌어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추산 4만5000명)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220개 중대 약 2만명의 경력을 배치했지만 시민들의 평화적 집회로 충돌은 없었다.
이날 집회에는 교복 차림의 중·고생,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주말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사과 말고 퇴진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등을 외치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인증샷을 찍거나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집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교복차림의 중·고생이 눈에 띄었다. 집회 시작 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중·고등학생들은 "이러려고 국민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이런 나라에서 공부를 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평화시위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질서유지에 힘쓰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시위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종대왕동상 뒤편에 만들어진 폴리스라인에서는 술에 취한 일부 시민이 흥분한 상태로 경찰에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여기서 싸움이 일어나면 (이전 시위와) 똑같아진다"며 "우리가 평화시위를 망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흥분한 시민을 다독였다.
거리행진이후 이어진 문화제에서는 중간 중간 음악공연도 개최됐다. 시민들은 촛불과 피켓을 흔들며 밴드, 래퍼 등의 공연을 함께 즐겼다. 대학친구들과 집회에 참여했다던 직장인 양모(30)씨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이렇게 평화롭게 표출돼 놀랐다"며 "일종의 축제 같아 다음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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